위원회 "노조·경영권 승계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전달할 것"
"재판 결과 영향 주는 것으로 비춰져 우려…본연의 사명·임무에 충실"
내주 홈페이지 오픈·내달 2일 4차 회의…“사장단 개별면담 논의 안해”
6시간 40분 ‘마라톤회의’…내달 위원·계열사 준법지원인 등 참석 워크샵
삼성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5일 ‘노조·승계·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를 중점과제로 선정했다. 준법감시위는 이른 시일 내에 권고안을 만들어 삼성에 전달할 계획이다.
특히 위원회는 총수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비쳐지는 최근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위원회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제 3차 회의를 열고 ▲노조 ▲경영권 승계 ▲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회의는 6시간40분 뒤인 오후 8시 40분쯤 종료됐다.
준법감시위는 먼저 이들 중점과제에 대한 권고안을 만들어 삼성에 전달하기로 했다. 권고안은 삼성의 전향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노조·승계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전달할 방침이다.
노조를 첫번째 중점과제로 선정된 것은 지난해 말 이사회 의장이었던 이상훈 사장이 법정구속된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별로 노조가 속속 출범하면서 합법적이고 건전한 노사관계 정립과 관련한 목솔리가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준법감시위원인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노조 문제와 경영권 승계 문제는 관계사 내용이긴 하지만 총수인 이 부회장 문제”라며 “준법감시위 입장을 정리해 빠른 시간 내에 이 부회장과 관계사들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경영권 승계 문제는 그동안 중점과제로 다룰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눈에 띄는 점은 시민단체와의 소통 문제다. 지난달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들은 ‘임직원 시민단체 후원 내역 무단 열람’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준법감시위가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준범감시위의 ‘첫 성과’로 꼽힌다.
준법감시위는 이날 후원내역 사찰에 대한 후속 보고를 받고 삼성과 시민단체의 소통을 강화할 방안을 중점과제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논의된 것이 3가지고 앞으로 추가될 수도 있다”고 말해 중점과제의 추가 선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기업과 시민단체가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소통을 넓혀가는 것에 대해 새롭게 모색할 것”이라고 향후 활동방향을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이날 회의에서 삼성 주요 계열사의 내부거래 승인에 대해서도 심의했다. 또 준법감시위의 독립적인 활동이 마치 재판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비쳐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위원들간 우려를 공유했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총수에 대한 형사재판의 진행 등 주변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본연의 사명과 업무에 충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4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 “담당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피신청을 낸 바 있다.
준법감시위의 역할을 일반에 알리고 삼성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 위반을 신고받는 홈페이지는 이르면 다음주에 오픈될 예정이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신고·제보할 수 있다”며 “특히 제보자의 익명성 보호를 위해 익명신고시스템을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준법감시위는 다음달 중에 김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사무국 직원·삼성 계열사 준법지원인 등 30여명이 참석하는 워크샵을 개최하기로 했다. 워크샵에서는 삼성의 준법지원 활동에 대한 여러 협력방안에 대한 진솔한 의견이 나눠질 것으로 위원회는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준법감시위가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삼성 사장단과의 개별면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고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준법감시위 4차 회의는 다음달 2일 오후 2시에 개최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준법감시위 측에서도 일정을 고심 중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일정도 코로나19 사태로 수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