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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작 100만원?"…기부 강요당하는 연예계


입력 2020.03.08 07:01 수정 2020.03.08 09:57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코로나19 사태로 따뜻한 선행 이어져

일부 누리꾼들 "톱스타들 기부해야" 주장

배우 이시언이 코로나19 관련 기부로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연예인들의 기부는 이제 자연스러운 소식이 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에서도 그랬고,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에도 연예인들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최근에는 이런 기부가 공개적으로 알려지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비공개 기부였다. 기부 자체를 '이미지 관리 차원'이라며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존재하는 탓이다. 여전히 비공개 기부도 존재하지만, 이젠 대부부분 기부 사실을 알리는 분위기다. 많은 이에게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대중과 팬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선행을 펼쳤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은 팬들도 움직인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1억원을 기부하자 팬들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아미', 'BTS' 등의 이름으로 꾸준히 기부금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기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요즘 더 그렇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특히 모르는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건 용기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기부 자체 행위보다는 액수에 집착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인다. 배우 이시언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기부했다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돈 많이 버는데 달랑 이 정도?"라는 식이다. 기부 기사에 나오지 않은 연예인 명단을 만들어 올리는 누리꾼들도 있다. 이들은 "넌 왜 기부 안 하냐? 그만큼 벌었으면 기부 좀 하라"고 훈수를 둔다. 심지어는 어떤 연예인의 SNS에 직접 찾아가 기부와 관련해 비난한다.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했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서장훈은 자신이 보유한 건물의 임대료를 2개월 동안 10% 감면해주기로 했다. 서장훈 측은 "건물에 입주한 임차인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인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선행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돈 많은데 고작 10%냐"는 댓글을 썼다. 서장훈은 ‘착한 임대인 운동’ 이전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외계층 아동을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누리꾼들은 기부 관련 기사마다 댓글을 달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는 거다. 한 쪽에서는 “왜 기부를 강요하냐”며 맞섰다.


기부는 '돈'이 아닌 '마음'이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기꺼이 내미는 행위라 누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다. 명단을 만들어서 강요하고, 떠밀려 기부하는 것은 기부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다. 액수의 크고 작음 역시 중요하지 않다. 누가 얼마를 기부하느냐가 중요할까.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극복하자는 모습이 중요한 것이고, 여기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칭찬받을 만한 행동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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