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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우렁차야 할 우리들도 “코로나 블루”


입력 2020.03.13 13:56 수정 2020.03.14 12:0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 연기 내지 중단

경기장이라는 일터 잃은 장내 아나운서·치어리더들도 우울

프로야구 수원 KT 위즈와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응원단으로 활동 중인 플렉스(FLEX)의 치어리더 정유민 씨가 1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프로야구 수원 KT 위즈와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응원단으로 활동 중인 플렉스(FLEX)의 치어리더 정유민 씨가 1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pandemic)이 현실화 된 가운데 감염 공포와 사회활동 위축으로 인한 불안, 사태 장기화로 사회적 우울 현상이 심화되면서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어두운 시국에 스포츠도 코로나 블루를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직격탄을 맞았다. 짜릿한 승부로 활력을 불어넣고, 지친 일상을 위로해야 할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리그는 중단 내지 연기된 상태다.


스포츠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코로나 블루에 지쳐가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나 탄탄한 모기업을 둔 구단 프런트들의 고민도 깊지만, 경기가 열려야만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경기장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선수들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관중석에서 팬들의 흥을 돋우는 치어리더들도 그 직업군이다.


가장 활기차고 우렁차야 할 이곳도 우울하다.


2002년부터 마이크를 잡고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 박수미(36) 아나운서도 처음으로 부닥친 현실이다. 서울 삼성썬더스 농구단-KT 위즈 야구단 등에서 활약 중인 박 아나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리그(KBL)가 중단되면서 ‘일터’를 잃었다.



프로야구 수원 KT 위즈와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의 장내아나운서 박수미 씨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프로야구 수원 KT 위즈와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의 장내아나운서 박수미 씨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 아나운서는 “나에게는 농구 코트나 야구장이 직장인데 리그가 중단되면서 잠시 쉬게 됐다. 당장 내일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길어진다면 나도 막막하다”며 “무관중 경기 때는 그나마 일을 했다. 그것도 참 어색했다. 선수들 응원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텅 빈 관중석을 보면서 원래 쓰던 에너지를 다 쓰기도 무안했다. 난 그나마 일을 하러 나왔는데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한마디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만 어려운 게 아니다. 리그가 중단 되면서 응원단장이나 치어리더들, 음향팀, 경기장 안전관리요원 등 모두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코로나19 방지 수칙을 지켜 빨리 제 자리로 모두 돌아왔으면 한다”며 그날을 그렸다.


경기장에서 팬들의 흥을 돋우는 치어리더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서울 삼성썬더스 농구단 –KT위즈 야구단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플렉스 치어리더팀’ 정유민 팀장은 “우울한 것은 사실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원래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바뀐 것이라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TV를 틀어도 코로나19 뉴스만 보게 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 걱정이 돼 전화하면 나를 또 걱정한다. ‘마스크 잘 써라’ ‘먹고 싶은 것 없냐’고 오히려 용기와 격려를 준다”며 울컥했다.


프로야구 수원 KT 위즈와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응원단으로 활동 중인 플렉스(FLEX)의 치어리더 김한슬 씨가 1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프로야구 수원 KT 위즈와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응원단으로 활동 중인 플렉스(FLEX)의 치어리더 김한슬 씨가 1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같은 팀 김한슬 치어리더도 “외출을 삼가고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더 나가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치어리더들이 집에서 쉬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처럼 컨디션 유지를 위해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7~9시간 연습한다. 야구도 언제 개막할지 모르는 상태라 더 연습하며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도 플렉스 치어리더팀의 송파구 연습실에서 이뤄졌다. 연습하던 치어리더들은 “응원단장님이나 대행사 입장도 어렵다. 수입 없이 연습실을 운영해야 한다. 다들 힘든 상황”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지만 따뜻한 격려와 용기를 준 사람들 덕에 감사함도 느끼고 있다.


박 아나운서는 “‘마핑 치어리더’라는 기사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지만 구단에서 무관중경기 때 치어리더들에게 같이 일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준 구단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도 ‘목 관리 잘하라’는 위로의 전화도 걸어온다. 구단 관계자들도 ‘잠시 쉬는 것이다. 그만 두고 다른 일 한다고 하지 말아라’면서 용기를 준다. 평소에도 감사한 분들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런 감사함을 잊지 않고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선행도 하고 있다. 박 아나운서와 플렉스 치어리더팀은 안심 살균제(손 소독제)를 기부하는 프로젝트에도 동참했다.


프로야구 수원 KT 위즈와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응원단으로 활동 중인 플렉스(FLEX) 치어리더들이 10일 서울 송파구 연습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프로야구 수원 KT 위즈와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응원단으로 활동 중인 플렉스(FLEX) 치어리더들이 10일 서울 송파구 연습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경기장에서 만나지는 못하지만 리그 재개를 기다리는 팬들과도 호흡하고 있다.


정유민 치어리더는 “‘코로나 조심하세요’는 위로라기보다 이제는 인사가 됐다. 팬들도 경기장에 정말 오고 싶다고 한다. SNS 등을 통해 들어보면 팬들도 우리 못지않게 답답한 심정이다”며 팬들을 헤아렸다. 김한슬 치어리더도 “수입도 수입이지만 정말 이 일을 좋아해서 한다. 우리 치어리더팀도 어서 단상에 올라 관중들과 함께하고 싶다. 조금만 더 신경 쓰고 조금만 더 관리하면 꼭 경기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날을 기약했다.


플렉스 치어리더팀은 “조금 기다려달라. 우리도 팬들이 모여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여러분만큼이나 우리도 정말 기다리고 있다. 열심히 연습하면서 땀 흘리면서!”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우울하지만 다시 만날 팬들을 생각하면 설렌다. 그날을 기다리며 갈고 닦고 있다. 지금 흘리고 있는 땀과 열정이 식기 전에 코로나19가 종식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희망으로 코로나 블루에 지친 오늘도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웃음을 놓지 않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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