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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협력으로 위기극복' 강조하는데…한국GM 노사 대립 언제까지


입력 2020.03.19 15:48 수정 2020.03.19 16:2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2019년 임협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19일 교섭도 무산

코로나19 위기 속 임협 결과가 재도약 여부 가를 분수령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악화로 전 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GM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임협)을 두고 길고 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정부와 경제계, 노동계까지 지난 18일 한자리에 모여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한목소리를 낸 상황에서 지속되는 한국GM 노사의 소모적 갈등이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전 2019년도 임협에 대한 14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대립이 심화되며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해 노조 집행부 선거 등으로 인해 해를 넘긴 한국GM 임단협은 올해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계속해서 지연되다 지난 3일 재상견례를 시작으로 재개됐다. 통상 5월부터 해당 연도 임협이나 단협(단체협약, 격년)을 치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GM 노사는 올해 두 차례의 교섭을 치러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짓지 못하면 2년치 교섭을 몰아서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 노사가 그런 선례를 만든 바 있다.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개시에 앞서 지난 2018년 부도위기와 군산공장 폐쇄 등의 이슈로 임금을 동결했던 만큼 이번에는 임금 인상은 물론, 당시 자구책의 일환으로 축소했던 복지 등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는 임금인상이나 복지 보다는 지난해 폭력사태와 불법파업에 대한 조합원 고소고발 및 손배소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여전히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2018년 노사 합의의 정신(수익성 회복에 따라 결정)을 살려 연봉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안을 고수하고 있다. 고소고발 및 손배소 철회도 법과 원칙을 벗어나는 요구라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각종 자구책 이행과 제너럴모터스(GM) 및 산업은행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흑자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적자를 낸 상황에서 거액의 고정비가 투입되는 복지정책을 원위치하고 임금까지 인상한다면 GM 본사에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올해는 글로벌 신차 트레일 블레이저 출시를 통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내수는 꽁꽁 얼어붙었고,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상황도 불확실성이 크다.


국내 완성차업계 2월 내수 판매는 전년보다 21.7%나 감소한 8만1722대에 머물렀다. 여기에 트레일 블레이저와 동급인 르노삼성 XM3가 출시되며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트레일 블레이저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사태가 미국으로 확산되고 뉴욕 증시가 급락하는 등 과거 대공황을 연상시키는 경제 혼란 상황이 잇따르며 고가 소비재인 자동차 판매도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올 상반기로 예정된 트레일 블레이저의 미국 출시가 미뤄지거나, 출시돼도 신차 효과를 제대로 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회사측은 이런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노사가 위기 돌파에 합심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회사측은 최근 직원들에게 배포한 소식지를 통해 “역사상 유례없는 공포와 불확실성 속에서 임금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며 “노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2019년 임금교섭을 하루 속히 마무리하고,함께 힘을 모아 현재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는 ‘노사 합심을 통한 위기극복’의 모범 사례가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최근 GV80·그랜저 등 판매 성장세가 뚜렷한 차종은 특근을 하면서 생산 물량을 맞추기로 뜻을 같이했다. 노사가 전통적으로 힘겨루기를 해오던 ‘특근’과 ‘생산라인 조정’을 동시에 합의한 것은 현 상태가 그만큼 위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이례적 결정이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우리는 GV80,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 신차들에 대한 대기 고객이 쌓이면서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려야 하는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면서 “경직된 이념 논리에 집착하기보다는 노동조합의 뜻을 이해하고 협조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조합원들의 협조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가 공통적으로 맞은 위기 상황에서 “노조의 협조 여부가 회사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국GM역시 이번 임협 결과가 재도약 여부를 결정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사 양측이 ‘경영정상화’의 대의 앞에 현실을 냉철히 판단한다면 원만한 노사관계 정립은 물론 회사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그 반대의 경우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노사가 대립을 지속하며 시간을 끌어 봐야 양측 모두에게 득 될 것이 없다”면서 “GM의 자금지원과 신차 배정을 바탕으로 재도약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노사가 대립을 지속한다면 과거 암흑기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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