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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증?' n번방 사건에 무차별 거론되는 연예인들


입력 2020.03.31 01:08 수정 2020.03.31 09:05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텔레그램 자경단 '주홍글씨' 등장 눈길

일부 연예인 이름 등장 '대화록' 무차별 유포

조주빈이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주빈이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n번방 사건과 관련, 국민적인 분노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그의 발언들이 사실처럼 유포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텔레그램 채팅방 n번방을 운영해온 '박사' 조주빈(25·구속)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 영상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구속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범행 수법과 내용이 악독해 운영자뿐만 아니라 공범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텔레그램 자경단'을 표방하며 불법 음란물 이용자를 추적하는 '주홍글씨'방도 등장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들은 자체 수집한 텔레그램 대화방 파일을 공개하며 가해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조주빈이 평소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 등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음을 과시하며 회원들을 모집해왔는데, 그의 발언에는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어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홍글씨'방에서 공개된 파일에는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다. 해당 내용은 언론사는 물론, 온라인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조주빈은 손석희 JTBC 사장, 윤장현 광주시장, 김웅 기자 등을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반면 그가 언급한 주진모 협박 사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측은 "'내가 주진모의 카카오톡 채팅 내용을 유출했다'는 조주빈의 주장은 가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주빈이 주진모를 협박한 사실이 없다. 조주빈은 허풍이 센 사람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조주빈의 발언 속에는 주진모 외에도 유명 연예인들과 거대 연예기획사가 등장한다. 조주빈은 언제든 이들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음을 자랑처럼 얘기하고 다녔다. 한 유명 연예인의 여권 사진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조주빈에 대해 허언증이 심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의 발언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기에 더더욱 그렇다.


명심해야 할 것은 거론된 연예인들이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거나, 혹은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명예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고, 본의 아니게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게다가 해당 파일의 진위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연예인들은 자신이 거론된 사실을 알고도 섣불리 해명에 나서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슈가 확대·재생산되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연예인들이 한결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엽기적인 범죄 행각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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