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임영웅에 러브콜, 이미 곡까지 만들어
"영상음악-뮤지컬음악 도전해보고 싶다"
편견을 버린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일반적이지 않은, 또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생긴 편견과 선입견은 종종 상상의 범위를 규제하고 성장을 막는 암초가 된다. 가수 안예은의 음악도 그렇다.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자 방송에 출연했지만, 독특한 음색과 노래는 빛을 보지도 못하고 방송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했다.
그런 면에서 유희열의 안목은 새삼 놀랍다.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방송된 SBS 오디션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5’에서 눈에 띄지 않던 참가자 안예은을 무려 ‘준결승’까지 올려놓을 수 있었던 건 유희열의 역할이 컸다. 그의 한 마디로 10회까지 통편집을 당했던 참가자에게 월등히 많은 팬이 생겼고, ‘부담스럽다’ ‘거부감이 든다’는 평을 내놓았던 심사위원들로부터 ‘안예은 자체가 작품’이라는 찬사까지 얻게 했다.
방송을 통해 안예은은 자신의 색깔을 보여줬고, 그 이후는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개성이 강한 가수는 언제나 자신의 색깔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그건 스스로의 선택이고, 그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 안예은 역시 고민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찾고 있었다.
D. 건강은 어떤가. 5년 전 ‘K팝스타5’에서 선천적 심장병 수술을 했다고 했었는데.
“제 병은 일반인들보다 체력이 조금 일찍 한계에 부딪힐 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완치되는 병도 아니고요.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심장부터 무리가 오는 걸 제외하고, 스스로 관리를 잘 해주기만 하면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동안 앨범도 내고 공연도 하고, 최근에는 음악방송까지 쭉 돌았어요. ‘K팝스타’ 이후 운이 좋아서 싱어송라이터라는 직업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 같네요. 감사해요”
D. 데뷔 전에 만든 곡들, 스스로 ‘흑역사’라고 부르는 곡들이 팬들에 의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일단 그만큼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은 당연히 감사하지만, 그렇게 해서 발굴된 노래들의 재생버튼을 아직까지도 눌러보지 못했어요. 창피해서 절대 못 들을 것 같아요. 술 마시고서라도요. 하하”
D. 그중 ‘re-feet’는 정규 2집에 수록했다.
“‘re-feet’라는 노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곡들 중 ‘답지않게’ 굉장히 평탄한 발라드 장르에요. 2013년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출품했던 곡인데(문턱도 못 넘어보고 바로 떨어졌지만요. 하하) 이후 지인들의 반응이 꾸준히 좋아서 실게 됐습니다”
D. 정규1집은 ‘안예은’, 2집은 ‘O’, 3집은 ‘ㅇㅇㅇ’이다. 앨범 제목들이 굉장히 직관적이네요?
“솔직히 말하면 앨범명을 짓는 게 너무 어려워요. 한 앨범에 담겨있는 곡들이 너무 중구난방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이 곡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름은 역시 내 이름밖에는 없다는 생각에 1집과 3집의 앨범명은 그렇게 지었어요. 2집은 ‘동그란 하늘 아래,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제각기 벌어지는 일들을 곡으로 옮겼다’고는 했는데 이 역시 꿈보다 해몽인 것 같죠?(웃음)”
D. 지난 2월 25일 발매한 ‘ㅇㅇㅇ’의 타이틀곡 ‘카코토피아’는 이전의 비관적인 가사들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난 걸까?
“아무래도 1집, 2집과는 또 다른 색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을 많이 한 앨범이에요. 타이틀곡인 ‘카코토피아’(KAKOTOPIA)를 선두로 능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콘셉트가 된 것 같아요. 타이틀곡 가사 작업을 하면서 정말 신기했어요. 내가 이런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가사를 쓰다니…. 2년여 정도 꾸준히 우울증치료를 받아왔고, 그 우울증이 70-80%이상 벗겨진 후 작업한 것이 이번 앨범인 것 같아요. 우울증이 제일 심했을 때 작업한 것이 1집, 치료를 받아가는 과정에서 작업한 것이 2집이고요”
D. 이번 앨범애도 역시 여러 장르의 곡이 담겼다. 곡의 스펙트럼이 넓은 아티스트로 알려졌지만, 한 앨범에 다양한 색을 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앨범제목을 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에요! 오히려 한 장르로 쭉 트랙들을 채우는 것을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양한 색을 담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감사할 뿐이죠”
D. 많은 선배가수들이 평가했던 것처럼 ‘독보적인 색깔’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음악을 공부할 때 항상 누군가의 아류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 ‘K팝스타’를 나갔을 때의 모든 반응들이 ‘독보적인 색깔이 있다’는 것이었고, 특히 유희열 선생님께서 그 쪽으로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칭찬들을 양분 삼아 내 색이 무엇인지 더 찾아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D. 색깔이 강한 만큼, 자칫 한 가지 틀에 규정되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노래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들린다’는 반응을 볼 때마다 심장이 덜컹 해요. 열심히 노력해서 보완해 나가야하는 부분이죠”
D. 개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했던 적은 없을까?
“당연히 있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작곡가가 있을까요? 나름대로 대중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곡을 여러 차례 써보았는데 이도 저도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 분야에는 그 분야를 잘 해내시는 분들이 또 계시기 때문에 전 그냥 제 분야에서 더 노력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어느 정도 마음을 먹고 작업한 것이 이번 앨범인데, 그래도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정말로 운이 좋다고 항상 생각해요”
D. 보이스 때문인지 한국적인 느낌의 곡들을 유독 잘 소화하는 것 같다. ‘역적’ OST들도 그렇고, 이번 앨범에도 ‘빛이라’라는 사극풍의 발라드 곡이 들어있다.
“처음 이름이 알려지게 된 노래도 ‘홍연’이고, 그 뒤에 알려진 곡도 ‘상사화’이다 보니 사극풍의 발라드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들을 위해 트랙이 3개 이상인 작업물이 나오게 되면 항상 그 장르의 곡을 수록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D. 최근 TV조선 ‘미스터트롯’의 임영웅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협업을 기대해도 될까?
“언급을 너무 많이 하고 다녀서 임영웅 씨에게 죄송하기까지 하네요. 하하. 혹시 부담이 되거나 귀찮으실 수도 있을까봐…. 전 태어나서 그런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단 한 번도 꾸준히 챙겨본 적이 없는데 ‘미스터트롯’은 과몰입을 하게 되더라고요. 우울증이 심했을 때는 그냥 저 말고 다른 음악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미스터트롯’을 결승의 결승까지 모두 챙겨봤어요. 참가자 분들께서 워낙 다들 출중하셔서 응원했던 분들이 많았는데, 그 중 ‘저게 진짜 노래로 사람 마음 흔드는 거구나’라고 느낀 건 임영웅 씨였던 것 같아요. 진짜 팬이에요. 사실 곡도 써 놨어요. 그렇지만 이런 인터뷰들을 보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미칠 듯이 부끄럽네요(웃음)”
D.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 또 다른 장르의 도전을 예상하거나.
“제 최종목표는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었어요. 영상음악 작곡을 꼭 하고 싶어요.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음악이요. 그리고 거기에 더해 뮤지컬음악도 작곡해보고 싶어요. 음악이 아닌 분야라면…책을 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