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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도 총선 소득 있다?…'극단 세력' 소멸


입력 2020.04.16 05:30 수정 2020.04.16 05:28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자유통일·우리공화·친박신당 '봉쇄조항' 미달

원외정당 전락하며 급속도로 존재감 잃을 듯

대선 앞두고 중도 외연 확장의 걸림돌 사라져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 서청원 상임고문, 기독자유통일당 김문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당시 자유공화당 공동대표)이 지난달 4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 서청원 상임고문, 기독자유통일당 김문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당시 자유공화당 공동대표)이 지난달 4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패배로부터도 얻는 것이 있다고 한다.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개헌저지선 100석을 간신히 웃도는 의석을 겨우 건지며 대한민국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했지만, 최소한의 소득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혁신을 가로막던 '극단 세력'들이 소멸했기 때문이다.


15일 치러진 총선에서 기독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친박신당 등 보수 세력 극단에 위치한 3당이 나란히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위한 최소 득표율 3.0%에 미달했다. 대구 달서병에 출마한 조원진 공화당 대표는 16일 오전 4시 30분 현재 15.7%를 득표하는데 그쳐, 김용판 통합당 후보(56.5%)는 물론 김대진 더불어민주당 후보(26.2%)에게조차 크게 밀렸다.


각각 2석(우리공화당)·1석(친박신당)을 차지하던 이들 정당은 원외정당으로 전락하며 급속히 존재감을 잃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독자유통일당도 전광훈 목사에 김문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결합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오히려 2016년 총선 때의 2.6%만도 못한 정당득표율에 머물며 재기 가능성이 전무해졌다는 평가다.


이들 '극단 세력'의 소멸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제로 베이스'에서 재건 작업을 시작해야할 통합당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통합당은 기존의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채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을 시도할 때마다, 이들 '극단 세력'들의 '흔들기'에 극심한 속앓이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극단 세력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무의미한 수준으로 축소되고, 유례 없는 총선 참패로 당내에서도 위기감이 커진 만큼 중도 외연 확장을 방해할 세력은 이제 사라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인물이었지만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캐릭터였던 이회창 전 총재를 내세워 1997년·2002년 대선에 연패한 보수정당은 경직됐던 자세를 교정하고 유연성과 실용주의를 내세워 '경제만 살리면 그만'으로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했다"며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도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약 지점이었던 중도층의 지지를 보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는데 필수적 요소인 중도 외연 확장을 가로막고 흔드는 '극단 세력'이 사라졌다"며 "향후 혁신형 비대위가 들어서든 관리형 비대위를 거쳐 전당대회로 가든, 당권을 쥔 세력이 보다 부담없이 당 체질의 개선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총선의 결과로 '보수도 저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는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론'은 사그러드는 반면 보수가 잃어버린 과거의 '품격'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아스팔트 보수' 인사가 평소 SNS에서 구사하던 언어를 정제 없이 방송토론회나 공개회의 석상에서 분출하면서 '막말 파동'이 일어나 경합 지역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의석을 망실하면서 최악의 참패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다른 통합당 관계자는 15일 자정 무렵 취재진과 만나 "차명진 후보의 막말은 우리 당을 향한 극단적 혐오감을 불러오면서 최소 20석 이상의 감표 효과를 불러왔다는 게 정설"이라며 "'부천소사에서 정치를 접겠다'고 했지만, 소사 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다시는 공천을 주지 말고 영원히 복당을 금지하는 '정치금치산자'로 처분해야 한다"고 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차 후보를 무분별하게 비호·두둔한 세력들 역시 중도 민심과 괴리된 행동을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몇몇 보수 유튜버가 그간 당 지도부에 과도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고, 황교안 대표도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라는 등 맹목적으로 우대해왔다"며 "극단적 목소리가 대중정당에 과대대표돼, 당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이제 끊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중도층이 보수와 진보로부터 기대하는 것이 각각 다르다며, 보수가 '극단 세력' 소멸을 계기로 이들과 연을 끊고 '품격'을 되찾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은 진보로부터는 능력이나 품격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 대신 깨끗함, 청빈함 등을 따진다. 반대로 보수는 개인신상이나 축재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유능하고 품격 있을 것을 요구한다"며 "진보가 '조국 사태' 등이 터졌을 때 '보수와 잣대가 다르다'고 불평하는 반면, 보수는 '진보도 막말을 하는데 우리 막말만 문제된다'고 투정하는 것은 이처럼 요구받는 게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수도 진보처럼 거칠게 싸우자는 것은 이륜전차를 몰고 산으로 올라가서 산적과 싸우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보수는 품격을 유지한 채 보수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진보를 끌어들여 싸워야 하는데, 지금의 보수는 그나마 '웰빙보수'가 가지고 있던 품격마저 잃고 아무 것도 없는 모양새"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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