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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경제다] 유통 지원책 고민 말고 규제 완화부터


입력 2020.04.21 06:00 수정 2020.04.21 05:3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유통업계, 대형마트 이어 복합쇼핑몰 영업 제한 정책 현실화 우려

대형마트 업계, 당초 규제 취지와 어긋난 방향…“실효성도 크게 떨어져”

복합쇼핑몰 업계, 매장 60% 이상 영세사업자…“피해 떠안게 돼” 우려

유통업계 전문가 “정부, 오프라인 유통업계 생존 환경 만들어줘야” 일침

아이파크몰 내부 전경ⓒ아이파크몰 아이파크몰 내부 전경ⓒ아이파크몰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반(反) 기업적 규제 강화에 대한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당을 포함한 범진보 진영이 꾸준히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정책을 추진해 온 만큼, 그동안 발의했던 법안 처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 관계자 및 관련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되살아나기 위해 현실에 맞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커머스의 성장과 경기침체,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보다는 소비진작책부터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기간 중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세부적으로는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무일 ▲복합쇼핑몰 입지 제한 등이 포함됐다.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월드타워몰 등 복합쇼핑몰을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이상 휴업하게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울러 입지 제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요건도 더욱 까다로워진다.


지난 2012년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에 따라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대형마트 혹은 대형마트 브랜드 계열 점포들은 규정에 맞춰 월 2일 이상의 의무휴무를 이미 지키고 있다.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영업시간도 제한한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전통시장 등의 경계로부터 1㎞ 이내 전통상업 보존구역 내 출점도 불가능하다. SSM마트(기업형 마트) 역시 같은 규제를 받는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간편식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가운데, 여성 소비자가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간편식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가운데, 여성 소비자가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유통업계 “실효성 떨어지는 규제 그만, 이제는 살 길 열어줘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규제 강화를 둘러싼 정치권 논의에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더 이상의 규제는 안 된다”라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유통 규제의 실효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규제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산업 발전법은 전통시장으로 사람들이 유입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대신해 온라인을 택하면서 당초 규제 취지와 다르게 방향이 흘러가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은 ‘눈 막고 귀 막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월 2회 주말에 문을 닫는 것에서 나아가, 온라인 배송마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매출 타격을 감수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마트 점포 하나당 일요일에 하루 쉬면 3억에서 3억5000만원 정도가 빠지게 된다. 1년으로 치면 총 24회 쉬어야 하는데 전국에 있는 점포 총 140개가 쉰다고 봤을 때 1조1000억원이 마이너스 나는 셈이다. 전국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만 500여개가 있다”고 호소했다.


유통업계 규제는 일자리 창출 감소와 궤를 함께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기업이 독식하지 말라’는 단순한 논리가 고용시장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농가에까지 막대한 타격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언택트 소비가 일상화 되면서 대형마트 업계는 더욱 힘들어졌다”며 “사실 대형마트 만큼 고용에 도움이 되는 업태가 드물다. 우리만 해도 현재 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고, 마트 안에 협력사 소속과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1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무 휴업으로 대형마트만 단순히 장사를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마트에 납품하는 농산‧수산‧축산물 농가쪽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며 “실제로 1일 1점포를 기준으로 채소나 과일 등이 점포당 2000만원, 축산 16억원, 수산 9억원이 손해가 난다. 월 2회 기준이니 타 마트를 제외한 우리 대형마트에서만 매입 금액이 어마어마하게 빠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합쇼핑몰 역시 대형마트와 같은 맥락에서 단순히 기업만 피해를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소비자 편의 측면에서도 고려하지 못한 규제라는 점 또한 지적했다.


국내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성실히 따를 예정이지만, 유통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새로운 환경을 고려하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 시행할 필요하지않나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서 “복합쇼핑몰에 입점된 소상공인이 60~70%정도 된다. 우리는 공간만 마련해 주고 소상공인들이 운영을 하는거다. 결론적으로 규제를 하게 되면 그 안에 있는 분들도 함께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된다”며 “주말에 문을 닫게 되면 평일 대비 주말에 2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복합쇼핑몰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복합쇼핑몰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뉴시스

◇전문가, 오프라인 유통업계 현실적 대책 필요…“정부 역할 중요”


전문가들 역시 유통업계 과도한 규제에 반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온라인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최근 10년 동안의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흐름을 읽고, 이에 맞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통학회장을 역임했던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대형마트를 비롯해 복합쇼핑몰에도 의무휴업제가 적용된다는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힘든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미국의 ‘니만마커스(Neiman Marcus)’라고 한국으로 치면 신세계백화점과 같은 유명 백화점이 부도가 났다.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미국에서 이런 백화점들이 도산하는 현상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면서 “한국 역시 2019년 여름 2분기에 이마트가 영업적자가 나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됐고, 롯데도 지난 2월에 700개 매장중에 200개 매장을 폐점하겠다고 발표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지난 10년간 오프라인 유통업계 흐름이 이렇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또 “상황이 이렇듯, 현재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없애야 하는 마당인데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을 적용한다는 것은 ‘아파 죽겠다는 사람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직면한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고 가혹한 규제를 통해 팔 다리를 묶어놓고 있다. 온라인 시장과 비교해 공정하진 않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특히 복합쇼핑몰은 상권 충돌이 아니라 상권을 창출하는 것이다. 입점한 사람 대부분이 자영업자인데, 강제로 쉬게 한다는 것은 이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과 같다”면서 “규제를 하더라도 일정 시간 유예기간을 두거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일요일에는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경쟁 구도가 아닌, 상생으로 이어질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경쟁구도로 보지않고 각자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익성 유통학회 명예회장(동덕여대 교수)은 “이번에 코로나19가 장기간 확산되면서 유통시장, 특히 오프라인 시장은 매출이 반토막이 나는 상황이 됐다. 물론 바이러스가 진정 기미를 보인데다가 봄이 시작되면서 지난 1~2월 대비 조금씩 살아나고는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익분기점을 넘기고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에 대적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투자나, 전략적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젊은 사람들뿐 아니라 이제는 나이드신 분들도 온라인 쇼핑에 학습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또 “앞으로 오프라인들도 감성적인 요인뿐 아니라 온라인이 갖는 편의성에 동승하는 새로운 온‧오프라인 전략을 만들어야 하고, 거기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해야하는 시점에 놓였다”며 “기업이 새로운 전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련 기업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규제를 풀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유통산업은 새로운 정기가 필요하고 규제보다는 공생 비즈니스로 가야한다. 소상공인과 온라인, 소상공인과 오프라인 등 서로의 영역을 지켜가면서 공생해야 하는 그런 시점에 와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정부는 이런 규제 일변도의 산업화 분리정책이 아니라 공생을 통해 협력하고, 자기 영역에서 성공할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북돋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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