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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통 속옷업계, 애슬레저로 반등 노린다


입력 2020.04.24 06:00 수정 2020.04.24 05:0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국내 애슬레저 규모 꾸준히 성장세…올해 3조원대 추산

전통 속옷 업체, 오랜 기능성 노하우로 시장 진출 가속화

기존 속옷 시장, 브랜드 간 경계 허물어지면서 경쟁 심화

속옷업체, 오랜 기술력으로 시장 선점에 박차…“승산있다고 판단”

좋은사람들 '루시스' 모델 양정원 화보컷 ⓒ좋은사람들

전통 속옷 업계가 침체된 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애슬레저’에 주목하고 있다. 레깅스를 시작으로 티셔츠까지 다양한 품목을 출시하며 마켓 테스트와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애슬레저란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운동복과 일상복을 겸할 수 있는 편한 옷차림을 말한다.


24일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남성 트레이닝복 세트 판매는 전년 보다 100% 증가했고, 외출 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후드 티셔츠 판매는 402% 늘었다. 여성용 레깅스와 트레이닝 팬츠, 루즈핏 티셔츠도 각각 116%, 103%, 82% 판매량이 뛰었다.


애슬래저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올해 3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슬레저가 인기를 끄는 것은 주 52시 근무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등의 확산으로 운동이나 여행과 같은 활동적인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애슬레저는 기능성과 활동성, 범용성 등 장점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강의와 재택근무의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시장 확장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홈트족’의 증가도 성장에 크게 일조했다.


이런 인기에 각 전통 속옷 업체들은 에슬레저 시장 진출 및 제품 영역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기능성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를 내세워 경쟁 중이다. 일부 업체는 신사업부를 신설하고 애슬레저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노력에 한창이다.


비비안은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애슬레저 제품군을 출시한데 이어, 2018년 2019년 브라탑, 브라런닝, 하의 세트 등 매해 한 세트씩 추가로 선보이고 있다.


BYC 역시 소비자 반응에 따라 2019년 8품목에서 2020년 15품목으로 늘려 생산할 계획을 세웠고, 후발주자 좋은사람들은 애슬레저 ‘루시스’를 이달 론칭했다.


예스, 베리굿 조현 모델 화보컷 ⓒ좋은사람들

◇전통 속옷 업체, 애슬레저 시장에 주목한 진짜 이유


이처럼 전통 속옷 업체가 애슬레저 시장에 주목하게 된 속사정은 다양하다. 시장의 성장성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원인은 '수익성 악화'다. 지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으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수년간 기능성을 앞세워 속옷 시장에서 승승장구 해 온 만큼 애슬레저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토종 속옷업체들은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BYC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좋은사람들과 쌍방울, 신영와코루는 각각 2.5%, 5.4%, 1.8% 마이너스 성장했다.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끈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SPA·스포츠웨어 등 비(非)전문 브랜드의 속옷 시장 진출 및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PB) 출시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새로운 유통 채널의 부상이 부진의 직접적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캘빈클라인, 원더브라 등 해외 속옷 브랜드의 유입이 국내 업체의 어려움을 부추겼다. 또 온라인 쇼핑 및 해외 직구의 발달로 빅토리아 시크릿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특히, 여성 속옷의 경우 트렌드가 변하면서 위기감은 더 커졌다. 브래지어 등 보정 속옷으로 대표되는 여성 속옷이 ‘자기 몸 긍정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다. 패드와 와이어를 뺀 브래지어를 찾는 여성들이 늘면서 속옷 업체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브랜드 간 경계가 흐려진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아웃도어 소재를 사용한 기능성 속옷을 출시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속옷 브랜드의 유통망을 온라인과 TV 쇼핑으로 확대해 판매중이다.


또 유한킴벌리의 요실금 속옷 디펜드는 지난해 20% 이상 성장하면서 시니어 속옷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속옷업체들의 애슬레저 시장 진출과 관련해 기술력은 물론이고 마케팅 전략이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애슬레저 시장은 다양한 브랜드들이 가능성을 보고, 전문분야 경계를 허물어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속옷업계 관계자는 “전통 속옷 업체들의 경우 오랫동안 몸과 관련된 연구개발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그런 기술력과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애슬레저 룩을 선보일 경우, 타업체 대비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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