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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내겠다고?


입력 2020.04.27 09:00 수정 2020.04.27 08:08        데스크 (desk@dailian.co.kr)

부‧울‧경 광역단체장 모두 휘청

왜 민주당 안팎에 성범죄 많을까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줄 알아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이 성추행으로 전격 사퇴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와 부산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하며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최대한 빨리 윤리심판원을 열어 납득할만한 단호한 징계가 이뤄지게 할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를 비롯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젠더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이 성추행으로 전격 사퇴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와 부산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하며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최대한 빨리 윤리심판원을 열어 납득할만한 단호한 징계가 이뤄지게 할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를 비롯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젠더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에 있을 보궐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를 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로 비워진 자리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의 규정은 이렇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물론 민주당이 ‘부하직원 성추행’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는 다르다. 바꿔 말해서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한다면 이 당은 ‘부하직원 성추행’ 같은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여기는 정당이 되는 셈이다. 그것도 공식적으로!


부‧울‧경 광역단체장 모두 휘청


아직 1년 가까이 남은 일인데 왜 지금부터 다그치느냐고 할 것인가? 그 때 대답해도 늦지 않는 것 아니냐면서? 야당도 그렇지만 부산시민이나 국민이 지금 바로 대답을 들어야 할 권리가 있다. 정당의 당헌은 당원들이 지켜야 할 규범이기도 하지만 당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당연히 국민은 “그 규정을 지킬 것이냐”고 물을 수 있고 당은 이에 대답해야 한다.


어려울 게 전혀 없는 문제다. 지키겠다고 하면 된다. 반대로 지키기 싫다면 그렇다고 응답할 일이다. 명확한 대답을 꺼리는 것은 스스로 당헌의 해당 규정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혹 어물쩍 시간을 보내다가 적절한 시기를 골라 당헌을 개정하려는 의도라도 갖고 있는가?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부산 울산 경남의 광역단체장을 모두 차지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은 제대로 체면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약세를 못 면했던 곳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전적으로 ‘문재인 효과’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지금 그 세 군데가 다 위태롭게 됐다. 4‧15총선에서 이 세지역의 민주당 당선자는 7명으로 20대 때의 8명보다 줄었다. 특히 부산에서 2석을 잃었다. 울산에서 1석을 만회했지만 의미가 같을 수는 없다. 민주당이 이들 지역에 안정적 발판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번 총선처럼 민주당의 압승 구도 속에서도 부‧울‧경에서의 참패는 특히 문 대통령에게 심각한 정치적 손실이자 충격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세지역의 광역단체장 모두가 법정에 섰거나 서게 됐다(오 전 부산시장은 이미 사퇴를 해서 민주당 광역단체장 수가 하나 줄었다). 경남의 김경수 도지사는 1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울산의 송철호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역시 법정에 서게 됐다.


왜 민주당 안팎에 성범죄 많을까


재판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자칫 모조리 포기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물론 그간의 예로 봐서 송 시장의 경우는 재판을 받으며 임기를 채울 개연성이 높다. 잘하면 김 지사도 임기를 채우고 난 후 확정판결을 받을 수 있고, 아니면 보궐선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까지 끌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 정부와 여당의 이미지가 아주 구차하게 되고 만다.


(사실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의 체통과 정치도의를 생각한다면 김 지사, 송 시장 모두 현직을 내놓게 해야 옳다. 그게 떳떳한 자세다. 당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그런데 현 정권 사람들은 이런 데는 아주 질기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 황운하 전 대전경찰청장 등이 기소된 상태에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광역단체장 1석(잘못되면 3석까지도)을 그냥 포기하겠다고 결심하기는 아주 어려우리라는 게 이해는 된다. 말하자면 전략지역이라 할 수 있는 부‧울‧경의 행정 책임자 자리를 잃게 되면 2년 안쪽으로 다가온 대선에서도 타격을 입게 될 우려가 크다. 그래서 아예 못들은 양하고 넘어가려는 것 같은 인상이다.


좀 안 된 이야기인데 민주당과 그 주변에 유독 이런 문제, 흔히 ‘미투 사건’이라고 하는 것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오 전 시장 이전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예가 있다. 민병두 의원은 성추행 폭로가 나오자 즉각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시간이 지난 후 번복했다. 그리고 21대 총선 공천 경쟁에 나섰으나 승산이 없어 물러났다. 정봉주 전 의원은 기자 지망 여성에 대한 성희롱 의혹으로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가 총선 전날 동료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망에 걸렸다. 김남국 총선 당선자(민주당 경기 안단 단원을)의 경우 여성 비하 유료 팟캐스트 방송에 20회 이상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권, 그 속의 여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은 훗날 한국 정치사의 수수께끼로 기록될 듯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줄 알아야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자. 민주당은 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포기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걸 지금 바로 선언하는 게 옳다. 눈치 봐가면서 슬그머니 공천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부도덕하고 비열한 정당이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다. 부산뿐만 아니다. 울산‧경남에서도 보궐선거 실시가 불가피할 경우 역시 후보 추천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함께 해야 한다. 민주당의 지도부가 정직하고 도덕적인 사람들로 구성됐다면 마다할 일이 아니잖은가.


민주당의 송갑석 대변인은 24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헌·당규 상으로 본다면 이것이 성비위(性非違) 사건까지 확대가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 해석의 여지는 있다. 아직 선거까지 1년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저희 당이 어떤 식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까지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


당헌 96조 2항이 성비위 사건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정말 그런 생각이라면, 이게 민주당의 윤리‧도덕적 정체성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 행위가 ‘해석의 여지’운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는 것인지도 꼭 들어야 하겠다.


1년 정도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까닭은 또 뭔가. 그 기간에 빠져나갈 핑계를 찾거나 당헌을 개정해서 족쇄를 벗어버릴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처럼 공공연히 자신들의 허위성을 스스로 폭로하는 정당이 민주당 말고 달리 있을까. 민주당에 권고하고자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도 아셔야지요.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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