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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으로 흠집내고 희화화' 야권 대선후보 죽이기 패턴


입력 2020.05.01 05:30 수정 2020.05.01 06:04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부재 현상

고도의 전략적인 야권 유력주자 흔들기

차기 대선 앞두고 같은 패턴 반복될 듯

지리멸렬해서는 효과적 대응 어려워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야권에서 가장 적합한 차기 정치지도자를 묻는 질문에 홍준표 당선인 13.0%, 유승민 의원 10.4%, 안철수 전 대표 10.2%로 지난 대선후보 3인방이 오차범위내 각축전을 벌였다.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야권에서 가장 적합한 차기 정치지도자를 묻는 질문에 홍준표 당선인 13.0%, 유승민 의원 10.4%, 안철수 전 대표 10.2%로 지난 대선후보 3인방이 오차범위내 각축전을 벌였다.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현재 야권에서 차기 대권에 근접한 인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27~28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범야권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1위는 38%로 ‘없음’이 차지했다. 범여권에서 이낙연 위원장이 44.1%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능>


물론 무소속 홍준표 당선자(13%),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10.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0.2%),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8.1%) 등 대선주자들이 없진 않다. 하지만 야권인사들 상당수는 “당선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미래통합당의 한 중진의원은 “지금은 여왕벌이 없다”고 했다.


진보진영의 전략적인 유력인사 ‘죽이기’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자조섞인 평가가 나온다. 패턴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사적인 내용과 관련해 ‘음모론’으로 흠집을 내고 의혹을 제기한다. 희화화를 통한 ‘조롱’이 그 다음 단계다. “풍자의 형식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마타도어를 통한 상징조작”과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시작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해외자원개발·4대강 사업 등 공적인 영역의 비위의혹은 사실 곁가지에 가까웠다. 이 전 대통령 관련 확인되지 않은 신변잡기적 내용을 흘리면서 ‘비위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도록 만드는 데 주안점이 있었다. 진보진영 한 시민단체 인사는 지나가는 말로 “다스 실소유자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 외에 나꼼수에서 제기했던 비위의혹 중 건질만했던 건 거의 없다”고 했었다.


보수진영의 잠룡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 당시 ‘1억원 피부과 의혹’이 불거졌던 나경원 의원은 최근까지도 비슷한 마타도어와 싸워야 했다. 민주당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은 나 의원에 대해 “국민밉상이 돼 있더라”고 했는데, 그 연장선상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세훈 전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중요 타깃이었음은 물론이다.


화살은 당 밖으로만 향하진 않았다. 새정치연합 시절 안철수 대표도 마찬가지로 상징조작 공격의 대상이 됐다. 억울했는지 안 대표는 지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제가 MB 아바타냐”고 물었지만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촌극도 벌어졌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지금도 이 지사를 희화화하며 공격하는 용도로 쓰인다.


야권 대선주자들을 상대로 한 이 같은 방식의 공세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나꼼수 출신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는 여권 당선자들의 출연이 줄을 잇는 등 이미 실세로 통한다. 조국 사태 당시 서초동 집회를 주도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는 더불어시민당 출범에 관여하며 민주당에 한 발 걸치게 됐다. 이전까지 장외 여론전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공당의 영역에서 공세를 펼칠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지리멸렬한 야권이다. 선거가 시작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네거티브나 마타도어가 이뤄진다. 전략적으로 대응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공세를 방어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 야권의 분열된 모습이라면, 새로운 대선주자들이 출연해도 각개격파 당하는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래통합당의 중진의원은 “지금처럼 각자도생해서는 답이 없다. 민주당 지지층의 조국 수호 집회와 같은 결집력은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통합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며 “당장 전도유망한 대선주자가 떠오른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미래통합당에서는 지켜줄 수 있는 힘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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