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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새로운 삼성 만들겠다…자녀에게 경영권 안 물려준다"


입력 2020.05.06 16:02 수정 2020.05.06 16:18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준법 경영’ 의지 밝혀…“편법이나 윤리적 지탄 받을 일 하지 않겠다”

“자녀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4세 경영 없다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노동 3권 확실히 보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자리에서 "제 아이들에게는 경영권을 물려주기 않겠다"라며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번 사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11일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반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민의 사랑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않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실망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도 부족함이 있었다고 자성했다. 이 부회장은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이 모든 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법 어기는 일 결코 하지 않겠다”…승계 대신 회사 가치 높이는 데 집중


이 부회장은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고,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며 “저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되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더 이상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을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일도 결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승계 대신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014년에 (이건희) 회장님이 쓰러지고 난 뒤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며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으며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사회를 더 윤택하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삼성을 둘러싼 환경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경쟁은 치열해지고 시장 룰은 급변하며 위기는 항상 우리 곁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기업 규모와 정보기술(IT)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이게 제가 가진 절박한 위기의식”이라며 “앞으로도 성별·학벌·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경영 승계 고리를 끊어 같은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부회장은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고 말했다.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자신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삼성 ‘무노조경영’ 고리 끊는다”…노사 관계법령 철저 준수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사과를 거듭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 재판 중이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사 관계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과 노사의 화합·상생을 도모하고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감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본연의 역할이고 기업이 스스로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낮은 자세로 먼저 한 걸음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활동 중단 없이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이 부회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업의 역할을 통감하고, 향후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라며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 많은 국민 성원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2~3개월 닥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국격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선 의료진,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을 보며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며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고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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