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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3년-금융] 혁신 내세웠지만…금융적폐 고리 끊지 못해


입력 2020.05.12 11:00 수정 2020.05.12 11:13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지우지 못한 '관치'…3대 국책은행장 모두 '관피아'로 줄세우기

라임‧DLF 등 대형 금융사고 발생하면 규제완화도 '도돌이표'

여의도 금융가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여의도 금융가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이 관치(官治)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은 탐욕적 집단이므로 강력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진보진영의 고질적 시각이 금융권에 드리운 3년이었다는 지적이다. 정부 출범과 함께 야심차게 내놓은 금융기조인 '혁신금융'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3대 국책은행장이 모두 '관피아'로 채워졌다. 지난 1월 행정고시 27회로 옛 재무부 출신인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됐고, 앞서 취임한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역시 관료출신으로 '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금융권 주요기관 '장(長)'은 코드인사로 채워졌다. 금융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정부와 코드가 맞으면 영전하는 인사가 반복됐다. 친정부 성향의 금융노조가 나서서 "과거 관피아는 독극물이라더니, 문재인정부의 내로남불이 심각하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결국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과 신뢰도 하락으로 금융산업의 동력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물론 주요 금융협회장(손해보험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과 금융위기 상황에서 이른바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까지 친정부 인사들로 채웠다. 민간 금융사에는 아예 금융 경력이 전무한 낙하산 인사가 떨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금융을 산업으로 보지 않고 경제정책의 보조수단이나 공공재로 인식하는 정부의 사고는 금융기관과 금융회사의 경직으로 이어졌다. 금융권에선 민간 금융회사마저 '경제 제2부처'가 된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가 흘러나왔다.


실제 지난 3년 간 노골적으로 민간 금융회사의 팔을 비트는 정책이 잇따라 시행됐다. 지난해 11월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일자리 창출 실태를 조사한 '금융권 일자리 창출 효과 측정 결과'를 공개해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직접고용인원은 2018년 말 기준 10만1000명에 달했다.


이에 시중은행에선 "일자리를 더 늘리라는 줄세우기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금융권에선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신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일자리 압박 논란이 커지자 매년 발표하겠다던 '금융 일자리 성적표' 계획을 슬그머니 철회했다.


'모험자본 육성' 내세웠다 금융사고 터지면 규제강화 '오락가락 금융정책'


금융정책은 오락가락의 연속이었다.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추진해오던 규제완화나 금융혁신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도돌이표 정책이 계속됐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 이후 '모험자본 육성'을 내세웠던 정부의 금융정책은 뒷걸음질 치면서 규제강화 등 과거로 회귀했다.


현재 논란이 진행형인 키코 사태의 경우, 금감원이 내놓은 분쟁조정안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조차 불복을 선언하는 상황에 처했다. 다른 민간금융사들도 "배상하라"는 금감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미뤄서 뭉개는 분위기다. 이에 금감원은 영(令)이 서야할 금융권에서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비판론에 시달리고 있다.


애초에 금융당국이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금융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불거진 논란이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2018년 취임 직후 키코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냈지만,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데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사안에 대해 무리하게 배상을 추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여권 인사들이 연루 의혹을 받는 신라젠·라임 등의 대형 금융비리 사건이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미 금융당국은 물론 관련 금융사까지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권 말기에 터져 나오는 권력형 측근 비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을 옥죄거나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반만 해도 과거 정부들과는 다르겠지라는 기대가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금융사들 팔 비틀어 일자리를 만들고 대출을 강요하고 인사를 내려보내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최소한 금융을 정부 사업의 보조 수단이 아닌 산업으로 인식해야 시장이 앞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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