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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초집중 시대①] 거대여당 효율성·책임성 장점…오만시 생산성 저하


입력 2020.05.25 05:00 수정 2020.05.25 22:16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행정·사법·지방정부 이어 국회까지 권력초집중 시대

국정운영 효율성과 신속성, 책임소재 분명해지는 장점

여론·언론 기울어진 환경...독주 가능성 우려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진 '대화와 타협' 기능

사상 초유의 거대여당이 등장한 21대 국회에 대해 기대와 함께 걱정과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사상 초유의 거대여당이 등장한 21대 국회에 대해 기대와 함께 걱정과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대 국회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60% 가까이 점한 압도적 다수를 구성하고 있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진보성향 정당을 포함하면 190석에 이른다. 국민 직접투표라는 ‘민의’에 의해 이토록 한 세력에 권력이 집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때보다 효율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오만과 독선으로 흐를 경우 최악의 국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진보 우위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살펴봤다.


국정운영 효율성


전문가들은 국정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거대여당 출현의 순기능을 찾았다. 헌법과 법률상 대통령에 주요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입법 등 국회의 보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이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할 때 “야당의 발목”을 핑계로 내세웠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과반은 물론이고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을 사실상 확보했다. 다소 시일이 걸릴지언정, 추진하겠다고 결정한 법률이 있다면 단독처리가 가능하다. 더구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까지 처리된다면 야당의 반대를 감안하지 않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원하는 입법 속도전도 가능해진다.


명확한 책임소재


동시에 책임소재가 명확해진다는 것도 장점에 해당한다. 막강한 힘이 부여된 것에 상응해, 결과에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얘기다. 21대 국회에서는 양당체제가 정립돼 다양한 의견제시가 이뤄지긴 어렵지만, 쟁점이 분명해지는 측면은 있다. 이는 국민들의 평가나 판단을 받는데 있어서도 ‘직접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다수당과 소수당이 양대정당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잘하면 잘하는 게 도드라져 보일 것이고, 못하면 어느 당이 문제라는 것을 국민들이 금방 알게 된다”며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무조건 발목을 잡는다면 바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도 이를 감안한 듯 지도부를 중심으로 ‘책임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해찬 대표는 초선 당선자 워크숍, 오찬 회동, 친전, 최고위원회 등 자리를 막론하고 ‘겸손’과 ‘무거운 책임감’을 당부했다. 과반의석을 가지고도 실패한 열린우리당을 반면교사 삼자는 의미였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고 했었다.


행정부 견제기능 약화


국정운영 효율성과 속도가 권력집중의 밝은 면이라면, 국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은 어두운 면이다. 의원내각제의 경우 국회 다수당이 행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함께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입법·행정·사법 3권 분립을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야를 떠나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 여당이라고 ‘당청 일체감’만 내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의 한 관계자는 “100% 좋은 법이라거나 정책은 없다. 순기능이 있다면 역기능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라며 “국정감사 뿐만 아니라 언론에 자주 부각되진 않지만,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는 정부여당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거나 발생할 수 있는 맹점을 미연에 예방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에서는 대부분의 정책이나 입법은 정부부처와 협의를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정부 견제 보다는 한 몸이 돼서 움직이는 실정”이라며 “소수로 전락한 야당의 견제기능 약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절제하고 스스로 견제해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윤미향 당선자와 관련해 최근 최고위원회에서 함구령을 내렸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미향 당선자와 관련해 최근 최고위원회에서 함구령을 내렸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론·언론 우위에서 국민분열 우려


국회는 입법기능 외에도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써 여론수렴의 장이기도 하다. 동시에 수많은 언론사들이 모여 각 정당의 지도부 및 의원의 메시지, 국회상황들을 바탕으로 기사를 생산하는 등 여론형성이 이뤄지는 장소다. 그런데 21대 국회에서는 거대여당이 탄생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정부여당 중심의 메시지 유통이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여론 수렴과 형성 과정이 일방적으로 흐를 경우 국민들끼리 서로 싸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이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재조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극히 불순해 보이는 프로젝트에 어용언론들이 총대를 메고 선동된 대중들이 요란하게 떠드는 것이 이 사회의 앞길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비판했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총선 결과나 의석이 엇비슷했다면 윤미향 당선자 사건이나 한명숙 전 총리 문제를 조심스럽게 접근했을 것인데,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여당이 오만하지 않겠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힘 자랑을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회 관계자는 “독재정부 시절에는 독재권력 대 항거하는 국민의 구도였다면, 이번에는 민의에 의해 사상 처음으로 권력집중이 이뤄졌다는 점이 큰 차이”라며 “국민에 의해 집중된 권력이 소수를 압박한다면 국민들끼리 다툼은 심화되고 국민통합은 요원해질 수 있다. 힘을 가진 여당이 넓은 품으로 타협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힘 자랑’하면 오히려 생산성 저하


따라서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거대여당 우위의 21대 국회에서 ‘타협’이 더욱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준한 교수는 “국민들에게 20대 국회와 다른 수준의 21대 국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며 “국회를 또 정쟁으로 이끌게 된다면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현종 위원은 “힘이 있으면 쓰고 싶은 게 정치의 생리다. 정치적 이슈나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러면 정국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이해찬 대표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사를 보면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독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양당제는 극한대결도 하지만 또 극적인 정치적 타협도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라며 “설득작업이 안 되면 힘 자랑을 하고 싶은 유혹이 있겠지만, 여당이 막강한 힘을 가졌을 때일수록 더욱 야당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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