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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vs김종인' 노정객들의 치열한 기싸움


입력 2020.06.03 13:38 수정 2020.06.03 14:46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김종인 위원장, 이해찬 대표 예방해 환담

"4년 전 내가 그 자리에…" 장내 미묘한 웃음

원구성·추경안 한 치 양보 없는 기세 싸움

대변인 등 배석자 없이 5분간 독대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대표실을 방문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대표실을 방문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3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0여 분간 공개 환담이 진행됐고, 이어 5분 간 배석자 없는 독대가 이뤄졌다. 서로를 잘 아는 노정객들인 만큼 오고가는 대화 속에 수많은 탐색전이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말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였다. 이 대표는 “정당 문화와 국회가 혁신하는 좋은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꺼냈다. 여야 협상이 교착돼 국회 개원이 늦어졌던 과거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오는 5일 본회의 소집과 원구성 협상을 국회법 일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선거결과 거대 여당을 만들었고, 경제 상황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상당히 변화가 심한 상황이니까 우리 정치권도 옛날 상황으로 할 수는 없다”고 일견 동의하는 입장을 표했다. 이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라가 발전하는 상황에서 여야도 서로 협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뼈 있는 말을 붙였다. 야당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개원하려는 여당을 질책하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추경안의 필요성에도 대승적으로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대표는 ‘속도’를 강조한 반면, 김 위원장은 ‘내용’에 방점을 찍는 등 각론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 대표가 “국가 부채율만 중심으로 사고를 하다 보니까 (잘 안 됐다)”고 기획재정부 탓으로 돌리자 김 위원장은 “국회가 역할을 충실히 해줘야 한다”고 맞받았다.


모두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김 위원장이 “4년 전에는 내가 여기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이번에 오니까 기분이 상당히 이상하다”라고 말할 때에는 장내에 미묘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4년 전 총선 민주당 공천에서 이 대표를 컷오프한 인물이 자신임을 상기시키는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중요한 게 개원 문제인데 이 대표가 7선에 관록이 가장 많은 분이니 과거의 경험을 봐서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20대 국회까지와는 좀 다른 모습으로 21대가 보여줘야 서로 간의 정치가 신뢰받지 않겠느냐”며 “마침 중요한 비대위원장을 맡았으니 새로운 모습을,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기존과 달리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실상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근래에 보기 어려웠던 이 대표의 가장 밝게 웃는 모습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개 환담이 끝난 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5분 간 단독회동을 가졌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에 따르면, 원구성 관련 대화는 없었고 추경과 관련해 정부의 대응이 안이한 것 같다는 김 위원장의 지적이 있었다. 오는 8월이면 물러나는 이 대표의 향후 진로에 대한 가벼운 환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변인은 “채 5분이 안 되는 시간이고 두 분 다 말씀이 빠른 분들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 내용을 벗어나 무슨 말이 있었나 싶다”면서도 “워낙에 인연이 오래되신 분들이 아니냐. 두 분의 5분 환담이면 저의 같은 사람 한 시간의 효과가 나지 않았겠느냐”며 치열한 기싸움이 있었음을 예상케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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