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금리'에 울던 시중은행 '타율'에 웃는다?


입력 2020.06.05 06:00 수정 2020.06.04 22:09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올해 출신된 예‧적금상품 5개 중 1개는 '야구상품'

응원팀 성적 따라 우대조건 달라져 '사행성' 지적도

KBO리그의 타이틀 스폰서인 신한은행이 '2020 신한 프로야구 적금 및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사진 = 신한은행 제공 KBO리그의 타이틀 스폰서인 신한은행이 '2020 신한 프로야구 적금 및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사진 = 신한은행 제공

시중은행이 경기 침체와 저금리 기조에 울상인 가운데 프로야구 관련 예‧적금 상품이 인기를 누리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팀을 응원하면서 최고 연 2%대의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는 상품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 관련 상품을 내놓은 은행들 사이에선 "금리에 울고 타율에 웃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O리그의 타이틀 스폰서 신한은행은 지난 3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출시한 '2020 신한 프로야구 정기예금'이 열흘 만에 5000억원 한도를 소진했다. 지난달 4일 1조원가량의 2차 판매에 들어갔는데, 이 마저도 3주만에 완판돼 총 1조5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은행권에선 '흥행홈런'으로 통한다.


이에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야구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부산은행의 '가을야구정기예금'은 지난 4월 출시 2주만에 한도 4000억원을 모두 소진했고, 3000억원 한도의 추가판매에도 가입자들이 몰리며 완판 됐다. 은행권의 신상품 출시가 더딘 가운데 야구 관련 신상품만은 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해들어 지난 2일까지 공시된 국내 은행 신상품은 총 73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0여개에 가까운 신상품이 출시된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이 가운데 예‧적금상품은 24개로 야구 관련 상품이 5개였다. 올해 출시된 은행의 예‧적금상품 5개 중 1개는 야구 관련 상품인 셈이다.


올해 출시된 은행권 야구 상품은 ▲신한은행 '2020 신한 프로야구 예적금' ▲부산은행 2020년 'BNK부산은행 가을야구정기예금' ▲광주은행 'Limited 2020 KIA타이거즈 통장 ▲경남은행 '2020 BNK야구사랑정기예금‧2020 BNK야구사랑정기적금' ▲광주은행 'KIA타이거즈 우승기원 예·적금' 등이다.


야구 관련 상품은 최근 은행권이 예‧적금 감소세에 고민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벤트 상품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의 5월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682조2184억원으로 한달 사이 5조4724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3월말과 비교해도 8조2002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야구상품이 그나마 은행권 '예금썰물'에 방파제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야구 관련 상품의 성격이나 설정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 등이 '사행성'과 '마케팅'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2년 국민은행이 스포츠토토처럼 승무패까지 맞춰야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내놨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저금리 기조에 은행권이 과도한 이벤트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20 신한 프로야구 정기예금'의 경우, 기본금리가 연 1.4%지만 고객이 선택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최대 연 1.0%포인트를 더 얹어준다. 부산은행의 '가을야구 정기예금'도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성적에 따라 최대 연 2.30%까지 이율을 제공한다. 광주은행의 'KIA타이거즈 우승기원 예금'은 성적에 따라 더 촘촘하게 설계됐다. 우대금리 조건이 정규리그 20승 투수 배출시 0.1%포인드, 포스트시즌 진출시 0.2%포인트, 한국시리즈 우승시 0.2%포인트를 더 준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야구 관련 예‧적금 상품이 은행 수익률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는 초저금리 시대의 '보릿고개'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는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이벤트 상품으로는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또 "예‧적금을 스포츠토토처럼 생각하면 안 되는데, 일부 상품은 조금 아슬아슬한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