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친환경·스마트·고부가 '삼박자'로 경영혁신 추진
조선업계, 스마트십 등 초격차 기술로 코로나 이후 '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태 완화 후 ‘포스트 코로나’ 경영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종별로 처한 상황에 온도차가 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전자·자동차·항공·IT·철강·조선 등 업종별 현실과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주요 산업과 성장해온 철강산업은 코로나19로 연관업종이 모두 타격을 입으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철강사들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는 필수 파트너이자 철강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지속해야 하는 만큼 다각적인 혁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내수 기반 안정화, 수출전략 고도화 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친환경·스마트·고부가가치' 전략이 요구된다.
철강사, 친환경·스마트·고부가 '삼박자' 경영혁신
5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은 친환경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강종을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는 가벼우면서도 안전한 '기가스틸'을 개발했다.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kg 이상의 무게를 견디는 초고장력강판으로,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에 25t 이상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
기가스틸이 탑재된 전기차량이 사고가 나면 충격을 흡수·분산시켜 사고 충격을 최소화한다. 가격도 알루미늄 보다 소재면에서는 3.5배, 가공비는 2.1배 낮춰 경쟁력이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기존 보다 10% 가량 감축시켜 친환경적이다.
미래차 대안으로 손꼽히는 친환경차 소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수소차 시장 확대를 대비해 수소연료전지용 금속분리판사업, 연료용 수소 공급, 친환경차용 경량철판 등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포스코는 자회사인 포스코케미칼을 통해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 투자를 진행중이다.
고부가가치 영역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프리미엄 강건재 통합 브랜드인 '이노빌트'로 상생과 혁신이 동시에 이뤄지는 생태계를 구축한다.
강건재는 빌딩, 주택과 같은 건축물이나 도로나 교량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사용된 철강제품을 말하며, 이노빌트는 포스코의 우수강재를 활용해 고객사에서 제작하는 프리미엄 건설자재 브랜드를 뜻한다. 포스코는 그룹사별로 강건재 역량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고객사 누구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 기회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AI·빅데이터·IoT 핵심기술로 지능형 팩토리 구축
철강사들은 제조부터 판매까지 철강 전 영역을 스마트화하는 혁신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접목시켜 효율화는 물론 안정성도 높여 기술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제철소의 심장에 해당하는 용광로에 AI 기술을 입힌 '스마트 고로'를 개발하고 획기적인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이미 포스코는 2016년부터 4년간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해 321건의 과제를 수행했으며 2520억원 상당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포스코는 지난해 7월 세계경제포럼(WEF)로부터 '등대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전사적인 스마트화를 표방한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생산 부문 고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스마트 엔터프라이즈는 시스템·인프라를 비롯한 프로세스 전 부문에 걸친 스마트 매니지먼트까지 구축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지난해 8월부터 당진제철소에 스마트 팩토리 전담조직을 신설해 AI 관련 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전문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스마트 엔터프라이즈의 핵심은 고객 가치 극대화”라며 “전사적인 데이터 융합을 통해 고객 중심으로 모든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이러한 시스템과 문화를 정착시켜 최적화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현대제철의 지속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초격차 기술로 코로나19 이후 '선도'
조선산업은 건조 기간 등 공정 특성을 감안할 때 코로나19로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 조선 시장 침체가 심화돼 수주가 전년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사들은 연내 일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5G·AI 등을 접목한 스마트십 기술 개발로 코로나19 이후 시장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야드에 첨단기술 입히다…스마트조선소로 '무결점' 선박건조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5G, 인공지능(AI), ICT융합,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조선 분야에 접목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스마트 중공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조선사들은 각각 선박과 야드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형태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부터 KT와 함께 현대중공업 조선야드를 5G 기반의 스마트조선소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안전,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을 위해 5G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통합관제센터에선 현장 안전요원들이 360도 웨어러블 넥밴드를 활용해 작업현장을 관리하고 긴급상황에서는 즉각적인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선박 건조현장에는 5G 키오스크를 설치해 수 십분이 걸리던 대용량 3D 설계 도면 다운로드를 수 분 이내로 단축했다. 업무 효율 개선을 위해 현대중공업은 향후 선박 원격제어, 긴급의약품 드론 수송과 같은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대우조선 역시 축적된 빅데이터 등의 역량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조선소 첨단화(스마트 십야드, DSME Shipyard 4.0)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은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고, 생산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정보·지능화하는 스마트십야드 연구 전담 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숙련된 인력/장치/시스템과 최첨단 ICT 기술 결합으로 상세 데이터의 실시간 공유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높은 생산성을 구현하고 자체 개발한 로봇 등을 활용해 무결점 선박건조를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십 고도화로자율운항선박 시대 '성큼'
조선사들은 스마트조선소 뿐 아니라 스마트십 고도화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마트십은 선박에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최적의 연비와 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삼성중공업은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을 독자기술로 개발해 건조 선박에 적용하고 있다. 2018년 이후 LNG선, 컨테이너선 등 약 100척의 선박에 탑재됐다는 설명이다.
'에스베슬'을 탑재한 스마트십은 외부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선박내 데이터를 수집, 저장할 수 있고 육상과 선박간 통신도 가능하다. 또 최적의 연비를 낼 수 있는 운항 경로, 선박 기울기(trim) 등의 정보를 제공받으며 연료소비량, Co2 배출량과 같은 운항 정보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어 호나경규제 대응 및 경제 운전이 가능하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선박용 발전엔진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선박운전최적화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엔 현대중공업의 독자 모델 엔진인 힘센엔진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켰다. 인공지능은 운항 중인 선박 내 발전엔진의 빅데이터 및 실시간 가동정보를 종합, 분석한 후 최적의 연비를 낼 수 있도록 명령해 연료비를 1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대우조선의 스마트십은 DS4(스마트십 솔루션)으로 구현된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플랫폼으로, 클라우드, 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술과 연계해 실시간 선박 데이터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DS4는 2만4000TEU급 HMM 컨테이너선에도 적용됐다.
이 외에도 선박을 원격제어해 선주가 최소한의 인원으로 항해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지원하고 있으며, 운항중인 선박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해킹 등의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