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5G폰 ‘아이폰12’ 출시 앞두고 달라진 행보
제품 출시 일정 빨라지고 ‘애플 환율’ 적용 사라져
가을볕 좋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과 농사를 지어보기로 결심한 걸까. 콧대 높기로 유명하던 애플이 한국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초기 아이폰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음 달 폰’으로 악명 높았다. 9월 제품 발표 후 출시가 계속 연기돼 한국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말에서야 제품이 출시돼 붙은 별명이다.
애플은 통상 2차 출시국과 3차 출시국 사이 그 어정쩡한 시점에 한국 시장에 제품을 내놨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출시일을 조금씩 앞당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아이폰11’은 전작 ‘아이폰XS’보다 일주일 빨리 출시됐다. 아이폰이 10월에 국내 출시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아이폰XS 미국 출시는 9월 21일, 국내 출시는 11월 2일이었는데 아이폰11은 10월 25일 출시되며 시기가 당겨졌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SE’는 미국 출시일과 1달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에 4월 24일 출시됐고, 한국에는 약 2주 뒤인 5월 6일 출시됐다.
과거에는 ‘애플 환율’도 유명했다. 환율을 따져봤을 때 국내 출고가가 다른 출시국보다 월등히 높아 나온 말이다.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호구+고객)’ 취급한다는 논란까지 일었었다.
하지만 아이폰SE는 최근 환율과 부가세를 고려하면 미국 출고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애플이 운영하는 보험상품 ‘애플케어 플러스’가 지난해 9월 국내 도입됐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지원됐지만,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아 소비자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를 늦게나마 도입하면서 나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이 같은 ‘태세 전환’은 한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과와 관련 있어 보인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5G가 상용화된 국가가 몇 군데 없는 상태에서 애플은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12’ 전 제품에 5G를 도입할 전망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5G가 가장 활성화된 국가에 속한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보면 한국 시장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동안 한국이 애플에 홀대 아닌 홀대를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5G에서만큼은 한국이 애플에도 중요한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아이폰12는 한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이동통신업계를 취재하면서 만나는 홍보팀 직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출시 전 내보내는 홍보용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애플이 여간 깐깐하게 구는 게 아니라며 하소연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시장을 대하는 애플 태도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애플의 변화는 어찌 됐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애플은 각종 논란에도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 10년째 버티고 있다. 아무리 제품력이 좋아도 ‘차별’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애플이 깨달았는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