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틈타 넷플릭스 등 OTT 대세로
영화산업 변화 불가피, 차별화 전략 재정비 시점
지난 2013년 총 관객수가 2억명(2억1335만명)을 돌파한 이후, 한국영화산업은 긴 정체기를 맞이했다.
2013년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1000만명 이상 증가하던 관객수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2억 2667만 명으로 2013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결국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관람료 상승의 원인이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해엔 지난해의 20~30%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영화 업계가 포화 상태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까지 겹쳤으니 영화계로선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엔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급부상하면서 영화관은 존립 자체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세계 문화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지만, 온라인 기반 산업은 위기를 대도약의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전 세계 각국의 영화관들은 강제적으로 문을 닫거나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다. 대중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쇼핑과 동영상을 통한 문화생활에 점차 적응하고 있다.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서비스 기업인 GS네오텍에 따르면,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극에 달했던 지난 2월 OTT 기업의 트래픽(인터넷 사용량)은 1월 대비 44.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공급사들은 대대적인 가입 유치전과 함께 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사냥의 시간' 등 영화관 개봉이 어려워진 국내외 영화들은 넷플릭스 개봉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OTT가 결국 주류로 자리매김할 거란 점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지 오래다. 이제 관심은 이제 어떤 업체가 OTT 시장을 지배할지에 쏠리고 있다.
극장으로서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은 "영화산업이 축소된다기보다는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 영화산업은 지나치게 극장에 의존해 있는데, 해외처럼 극장 비율은 낮아지고 OTT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단순히 영화를 보는 차원을 넘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중심은 당연히 여러 형태의 특별관이 될 수밖에 없다.
양 소장은 "극장은 앞으로 단순 관람이 아닌 체험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며 "티켓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티켓 가격은 북미에 비해 높지 않아 티켓 가격이 오르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관으로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특별관 운영 방식과 티켓 가격 정책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시대의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시장이 축소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좌석과 스크린, 사운드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더 차별화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특별관도 그중 하나가 된다"고 밝혔다.
다만 황 팀장은 "영화관과 OTT가 각자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공존할 거라 본다"며 "영화관에선 기본적으로 웅장한 사운드와 큰 스크린을 통해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만큼 관객들도 이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