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메이저리거 품으며 리그 최강 내야 구축
러셀도 짭짤한 대우 받으면서 ML 복귀 목표 설정
키움 히어로즈가 대체 외국인 타자로 현역 메이저리거인 애디슨 러셀(26)을 품었다.
키움은 20일 러셀과 연봉 53만 달러에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나이와 기량, 경력을 감안하면 러셀은 지금까지 KBO리그 무대에 뛰어든 외국인 선수들 중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셀은 2012년 오클랜드로부터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1번)에 지명됐고,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시카고 컵스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러셀은 지난해까지 5년간 메이저리그를 경험하면서 한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특히 2016년에는 15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8 21홈런 95타점의 커리어하이와 함께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던 젊은 선수의 KBO리그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 시카고 컵스에서 34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러셀은 자신의 몸값을 약 7분의 1이나 줄이고 키움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그래서 러셀의 의도에 많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러셀의 영입은 키움 김치현 단장의 말대로 ‘매우 운이 좋은 사례’에 해당한다.
러셀은 지난 시즌 컵스에서 고작 82경기만을 뛴 뒤 방출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전도유망한 선수이기 때문에 새 보금자리를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변수는 코로나19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석 달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으며 사무국과 선수 노조의 이견으로 개막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올 시즌을 건너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셀의 에이전트는 계산에 밝은 스캇 보라스다. 그의 한국행에 보라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러셀이 올 시즌 KBO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아주 좋은 조건의 장기계약을 노릴 수 있다. 이는 러셀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선수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손 놓고 있는 것과 분명 차별화된 전략이다. 결국 그의 KBO리그행은 일종의 쇼케이스인 셈이다.
대우도 나쁘지 않다. 러셀은 한국 도착 후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고, 2군서 실전경기 감각도 끌어올려야 한다. 그의 실제 1군 투입은 7월말이나 되어야 가능할 전망인데 시즌 일정의 절반만 뛰고 받게 될 53만 달러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선수 본인도 강한 동기 부여를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전망이다. 러셀의 최종 목표는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이기 때문에 한국서 설렁설렁 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러한 의도까지 읽은 키움 입장에서도 러셀 영입은 나쁘지 않은 베팅이다. 키움은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기 위해 현역 메이저리거 영입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제 키움은 박병호-김혜성(서건창)-러셀-김하성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의 내야진을 구축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