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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깐깐해진 손보사…틀어막은 비용 3.7조 '역대 최대'


입력 2020.06.24 06:00 수정 2020.06.23 21:2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현미경' 손해조사 속 보험미지급금 1년 새 6000억 급증

커지는 소비자불만 우려에 브레이크 걸고 나선 금융당국

국내 손해보험사 보험미지급금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자신들이 판매한 상품과 관련해 제 때 내주지 않은 돈이 3조700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최근 극도의 실적 부진에 직면한 손보사들이 조금이라도 비용 누수를 막고자 보험금 지급에 예전보다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브레이크를 걸고 나서면서 손해보험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16개 일반 종합 손보사들의 보험미지급금은 총 3조7426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404억원) 대비 19.2%(6022억원) 늘어났다.


이 같은 손보업계의 보험미지급금은 금융감독원이 관련 통계 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액수다. 보험미지급금에는 우선 보험사들이 고객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이 포함된다, 아울러 상품 영업과 운용 과정에서 들어간 여러 지출 내역들 중 보험사가 비용 처리를 미루고 있는 금액을 더해 최종 산출된다.


회사별로 보면 국내 최도 손보사인 삼성화재의 보험미지급금이 같은 기간 4918억원에서 5909억원으로 20.1%(991억원) 증가하며 최대였다. 그 다음으로 현대해상의 해당 액수가 3236억원에서 4985억원으로 54.1%(1749억원) 급증하며 뒤를 이었다. NH농협손해보험의 보험미지급금은 5657억원에서 4632억원으로 18.1%(1025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손보업계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을 나타냈다. DB손해보험의 보험미지급금도 3234억원에서 4181억원으로 29.3%(947억원) 늘며 4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보험 상품과 관련된 미지급 비용이 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손보사들의 달라진 태도가 꼽힌다. 그 만큼 지출 내역을 이전보다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손보사들이 실적 악화 속에서도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진행하는 손해조사비를 조사 대상 기간 4946억원에서 5247억원으로 6.1%(301억원) 늘린 현실은 이런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즉, 가입자의 요구대로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맞는지 손보사들이 직접 살피는 일이 잦아졌다는 뜻이다.


손보업계의 이런 흐름 뒤에는 최근 심화하고 있는 경영 환경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회사의 수익성이 나빠지자 보험금 지출을 졸라매고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에 지난해 손보업계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2조2227억원으로 전년(3조2538억원)보다 31.7%(1조311억원)나 줄었다.


손보업계는 사실상 포화 상태 다다른 국내 시장에서 영업 확대에 한계를 느끼던 와중,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에서 불어나는 대규모 손실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 심화로 인한 투자 수익률 악화는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자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들어갔다. 이에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0.50%까지 떨어진 상태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가입자 입장에서 줄어드는 보험금은 달갑지 않은 요인일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손보업계의 보험금 축소 지급을 두고 직접 제재에 나서며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초 부당하게 보험금을 삭감한 4개 손보사의 사례를 적발하고 과징금 등 징계를 내렸다.


가뜩이나 손보사들의 보험금을 향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줄곧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나친 보험금 졸라매기가 자칫 장기적으로 손보업계 전체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실제로 손보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이후 가입자가 불만을 느끼거나 민원을 제기해 계약 자체가 파기된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 3956건으로 전년 동기(2657건) 대비 48.9%(1299건)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객이 요구한 보험금 청구 건수에서 이 같은 청구 후 해지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인 손보업계의 보험금 불만족도는 0.15%에서 0.18%로 악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량한 고객들의 억울한 보험료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보험금 산정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수치로 확인될 정도로 추세가 나빠지고 있는 현실엔 문제가 있다"며 "보험사의 경영상의 이유로 보험금 축소에 애를 쓸 경우 업계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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