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도 냉랭’ 강정호 이슈가 던진 메시지

자가격리 해제 후 기자회견 열어 팬들에게 사과

앞으로 야구 선수들도 엄격한 도덕성 요구돼

강정호 사과 기자회견.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KBO리그 복귀 뜻을 밝힌 강정호(33)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고개를 숙였으나 여전히 야구팬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을 저질렀던 자신의 과오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강정호는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어떻게 사과해도 부족하지만 다시 한 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강정호는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치부를 드러냈다. 특히 넥센 시절 음주운전에 적발된 일까지 거론하며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무지하게도 구단에 걸리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016년에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제대로 수습하지 않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공개 사과가 늦어져 미국에서도 빚을 진 느낌이었다. 대중에게도 떳떳하지 못했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여러 번 했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 생각했고, 잘못해도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 드렸다. 이기적으로 살아온 내 모습을 후회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강정호 이슈가 한국 야구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상당히 무겁고 두고두고 회자될 사안이 될 전망이다.

먼저 KBO리그는 한국 최고의 프로 스포츠답게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는 영역이다. 특히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들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공인에 준하는 대접을 받고, 또한 그에 걸맞은 엄격한 도덕적 책임을 요구받는다.

과거 ‘야구로 보답하겠다’와 같은 회피성 말은 통하지 않은 시대다. 실제로 음주운전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말을 내뱉었던 강정호는 여론의 역풍을 맞아야 했다. 더불어 프로야구 선수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음주운전은 물론, 철저한 사생활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강정호가 야구계에 던진 메시지는 제법 묵직하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단 한 번의 그릇된 선택이 선수의 커리어를 망칠 수 있다는 교훈도 남게 됐다.

앞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 몸담았던 2016년 12월, 국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냈고 이로 인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는 혹독했다.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강정호는 1년을 통째로 쉬었고, 어렵게 피츠버그에 복귀했으나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해 방출 수순을 밟았다.

이는 KBO리그에 몸담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이다. ‘레전드’ 박한이는 음주운전에 적발된 뒤 은퇴식조차 치르지 못했고, 전도유망했던 SK 강승호도 임의탈퇴 절차를 밟았다.

불법금지약물에 손을 댔던 두산 김재환과 한화 최진행은 성적과 무관하게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홀드 부문 역대 1위 기록을 보유한 안지만도 도박판에 발을 디딘 뒤 커리어를 마치고 말았다.

이제는 미디어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 등으로 과오를 숨길 수 없는 세상이다. 특히 팬들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이라면 야구 실력에 앞서 도덕, 모범, 인성, 팬 서비스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혹자들은 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품행 요구사항이나 성적지상주의에 빠져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강정호가 향후 어떤 길을 걸을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점은 그의 과오가 야구계에 전달한 교훈이 제법 묵직하고, 보다 나은 야구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