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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왜 '화상회의'로 대남 군사행동 보류했나


입력 2020.06.24 14:13 수정 2020.06.24 14:16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보류조치, '화상'으로 진행된 '예비회의'서 결정

통일부 "예비회의도 화상회의도 전례 없어"

김정은 평양 떠나 지방 체류할 가능성

코로나19 여파 등 다른 영향 있을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주도해온 대남 공세를 직접 멈춰 세운 모양새다.


이번 조치로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군사행동을 '철회'하지 않고 '보류'한 만큼, 향후 북한 행보를 예단해선 안 된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보류 조치가 '이례적 절차'를 거쳐 내려진 조치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앙군사위원회의 예비회의라는 것이 과거에 보도된 적이 없다"며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저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전례없는 예비회의가 화상회의로 진행된 것과 관련해선 "김정은 위원장이 화상회의를 주재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며 "북한 보도를 기준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화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처음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화상회의가 어떻게 개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를 화상으로 23일 진행했다"며 "중앙군사위원회는 예비회의에서 조성된 최근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중앙군사위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하였다"고 밝혔다.


신문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회의를 사회하시었다"며 "예비회의에서는 중앙군사위 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했으며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전했다.


화상회의 주재 김정은, 지방 체류 가능성
앞서 '김정은 전용기' 함경도로 향해
코로나19 여파로 화상회의 개최됐을 수도


신문이 언급한 대로 이번 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평양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앞서 항공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방 시찰을 위해 주로 이용하는 항공기(고려항공 An-148)가 평양 인근에서 함경남도 요덕 부근으로 비행한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신포조선소를 찾아 신형잠수함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는데, 이번 화상회의 개최로 관련 가능성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화상회의를 개최한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이 아닌 지방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SLBM을 먼저 공개하고 중앙군사위 회의를 정식 개최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이 대남 공세를 보류한 상황에서 대미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며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SLBM 개발 현장을 찾아 감독하면서 최종적인 상황 정리를 진행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열악한 북한 인프라를 감안하면 실제 화상회의가 열렸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통화에서 "우리도 이런 기술이 있다고 밝힌 셈인데, 실제 구현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화상회의 개최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북한 내 코로나19 여파로 화상회의가 개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례적으로 화상회의를 개최했다는 것은 대면회의가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가 확산되었다는 의미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비슷한 맥락에서 코로나 확산 우려, 특히 김 위원장의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당장 본회의를 열 수 없기 때문에 화상 예비회의를 개최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SLBM 탑재가 가능한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을 시찰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美 전략자산 전개에 놀랐나
연합훈련 재개 필요성 제기되는 가운데
美 항공모함 2척 한반도 인근 배치


아울러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가 김 위원장 '보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향후 북한이 한미동맹 이슈를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 전 원장은 "김 위원장이 미군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며 "전현직 미국 관리들이 연합훈련 재개를 주장하고 나선 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강한 억제력으로 북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 전략자산이 (보류 조치에) 부분적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내부 결속, 남한 길들이기 성과를 올린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북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전략자산 전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 당국은 관련 사항을 한국과 논의 중이라고 밝히며, 항공모함 2척을 한반도 인근에 추가 배치했다.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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