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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번 주 뭐 볼까] 위로 받고 싶을 땐 ‘사라진 시간’ or ‘#살아있다’


입력 2020.06.26 09:57 수정 2020.06.26 09:57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유아인, 박신혜 손 잡고 좀비에 맞서 ‘살아남아야 한다’

조진웅, 선배 정진영 연출데뷔작에서 ‘연기의 신’ 강림

'사라진 시간'을 찾아나선 박형구(조진웅 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라진 시간'을 찾아나선 박형구(조진웅 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반년. 우리 일상에 닥친 급격한 변화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코로나블루’.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마치 독감처럼 인류가 곁에 두고 다스려가며 살아야 할 것으로 인식되는 요즘.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역과 위생은 철저히 하되 햇볕을 쐬고 미뤘던 문화생활을 즐기고. 그러한 변화는 극장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침입자’ ‘결백’ ‘사라진 시간’ 크지 않아도 속이 찬 영화들이 관객의 마음에 풀무질했고, 드디어 ‘#살아있다’가 불을 키웠다.


반가운 것은 네 작품의 결이 모두 다르다는 것. 비슷비슷한 기획영화 일색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지닌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번 주 소개할 두 작품 ‘사라진 시간’과 ‘#살아있다’는 저예산 예술영화, 대중적 상업영화로 가는 길이 전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살아있다’가 개봉 첫날 20만 관객의 사랑을 받는 기염을 토하고, ‘사라진 시간’이 누적 관객 수 20만을 바라보는 이유다. 바로 우리에게 위로를 전하려 한다는 것.


#살아남아야 한다, 김유빈(박신혜 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살아남아야 한다, 김유빈(박신혜 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제작 영화사 집·퍼스펙티브픽쳐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를 보고 나면 가슴 속에 뜨거움이 솟는다. 코로나19보다 훨씬 무섭고 살갗으로 느끼게 위협적인 좀비, 원인 불명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에 맞서 싸우는 오준우 유아인과 김유빈 박신혜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딛고 일어설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저들보다 낫지 않은가. 평소 좀비영화를 볼 때라면 결코 들지 않았을 생각이 서서히 머릿속에, 마음속에 번진다.


영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태크의 뒷부분이 지워지고 새로이 글자가 새겨져 ‘#살아있다’가 될 때, 기대치 못한 뭉클함이 심장을 채운다.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라 감동 두 배다. 관객 관람평 중에는, 절대 영화 속 상황이 현실이 되어선 안 되겠지만 어떤 재난과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해야 할지 ‘생존법’의 팁을 얻었다는 분들도 있다. 그만큼 내 얘기로 생생히 받아들이며 영화를 봤다는 얘기다.


내공 탄탄, 큰 웃음 주는 명배우 정원영(왼쪽)과 정혜영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내공 탄탄, 큰 웃음 주는 명배우 정원영(왼쪽)과 정혜영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다니필름,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은 좀 더 차분하게, 보다 철학적으로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엔 배우 조진웅의 원맨쇼에 더해 정혜균 정혜영 콤비의 만담쇼를 보는 듯 계속해서 웃음이 터진다. 흔한 코미디영화가 주는 가벼운 웃음이 아니다. 신명 나는 판소리가 주는 토속적 웃음, 백성들의 삶이 담긴 민화에서 느낄 수 있는 해학과 골계미와 닮은 웃음이다. 웃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데, ‘사라진 시간’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도, 집에 돌아와도 생각이 꼬리를 물며 우리를 철학자로 만든다. 코로나19에 짓눌려 잊었던 질문들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형사이자 교사인 박형구, 조진웅이 ‘사라진 시간’ 속에 만들어낸 인물이다. 나는 분명 형사였는데 솔잎주 마시고 깨어났더니 교사 박형구가 되어 있다. 술이 깨듯 꿈이 깨기를 바라지만, 어라 현실이다. 아내는 남의 아내가 되어 있고, 나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살아있다’의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이 이보다 무서울까. 좀비가 무서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꼼짝 못하는 유빈과 준우의 속이 이보다 답답할까. 적어도 그들은 두려운 상대와 맞서고 있지만 나는 나다. 박형구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가 다르다. 애가 타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장자인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인 내가 인간 장자가 된 꿈을 꾸는 것인지 미칠 듯이 갑갑한 상황.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살길이다. 코로나19를 말끔히 떨쳐버렸으면 속이 시원했겠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다음’을 살아가야 한다. 박형구에겐 ‘포스트 솔잎주’, 우리에겐 ‘포스트 코로나’.


감독 정진영, 주연 조진웅의 촬영장 모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감독 정진영, 주연 조진웅의 촬영장 모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배우들 연기만 생각해도 놓칠 수 없는 영화들이다. ‘사라진 시간’의 조진웅은 출연료도 반납한 것은 기본, 영화 자체가 제작될 수 있도록 선배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에 힘을 보탰다. 조진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와 배역을 할 때 ‘연기의 신’이 강림하는 배우다. 이번이 그렇다. ‘#살아있다’의 박신혜는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속 ‘로코의 퀸’ 이미지를 지웠다. 새로운 얼굴, 보고 저장해 둘 만하다. 유아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기본기에 미워하기 힘든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배우다. 여기에 ‘버닝’의 이창동 감독을 거치며 ‘조절 다이얼’까지 생겼다. 8단계, 10단계 디지털 나눔이 아니라 미세한 차이로 연속 세분되는 ‘아날로그’ 조절기다. 그 모노드라마 역시 놓치기 아깝다.


조일형 감독과 배우 유아인의 다정한 한때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일형 감독과 배우 유아인의 다정한 한때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주말 영화를 보고자 한다면 ‘침입자’ ‘결백’은 상영 회차가 많지 않으니 시간대를 잘 맞춰야 하고, ‘사라진 시간’은 상영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집을 나서는 게 필요하고, ‘#살아있다’는 어느 극장, 아무 시간대에 가도 만나기 쉽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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