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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 38조, 결국 '3일 졸속·일방 심사'로 통과되나


입력 2020.07.03 00:00 수정 2020.07.03 05:05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요청 따라 3일 추경 처리 강행 전망

당초 35조에서 3조 추가된 38조 역대 최대 규모 슈퍼 예산

3일만에 민주당 홀로 졸속심사…코로나19 관련 없는 지역예산 포함해 빈축

세부 심사 위해 11일까지 기한 연장해달라는 통합당 제안도 묵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강행 통과시킬 모양새다. 당초 예고했던 35조에서 3조원이 추가된 슈퍼 추경이 민주당만의 단독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인 가운데, 보수 야권은 '졸속·일방 심사'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2일 3차 추경안의 3일 본회의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추경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며 "내일(3일) 중 반드시 매듭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꼼꼼한 세부 심사를 위해 11일로 추경 처리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의장은 "통합당이 11일로 추경 처리를 연기하면 예산 심사에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거는데,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야권은 민주당의 추경 처리 강행 의지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민주당이 그간 시급한 추경 통과 필요성의 근거로 들었던 코로나19 사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13개의 지역사업이 추경안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집중포화의 대상이 됐다.


주호영 "코로나 때문에 한다는 예산에 3500억 지역구 예산 새치기…파렴치한 짓"
안철수 "대통령 하명에 국회가 통법부·거수기 넘어 '청와대 심부름센터' 전락해"
장성철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야당과 협치 없이 밀어붙일 것…민주주의 위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3차 추경안 심사를 비판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3차 추경안 심사를 비판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 신규출자(3000억), 소재부품 자원순환 기술혁신센터(200억),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지원(100억) 등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대표적 지역사업 예산들을 거론하며 "코로나 때문에 긴급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이 추경에 무려 3570억원의 지역구 예산을 새치기로 끼워 넣었다. 파렴치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일부 상임위에서 관련 증액 요구가 있었다"며 "개별적인 지역 예산은 결코 추경에 수용하지 않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추경 내용뿐만 아니라 졸속 심사도 논란이 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이날 5명의 민주당 의원만 출석해 이틀째 추경 심사에 들어갔다. 이번 추경안의 세출증감액 심사 항목은 1286개로, 불과 5명의 의원이 이틀 간 이 모든 항목을 심사하는 것을 두고 '부실심사'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개별 상임위에서도 평균 2시간 남짓의 심사를 통해 정부가 요구한 추경안을 대부분 통과시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각 상임위들이 평균 1시간 57분만에 통과시켰다. 한 번 읽어보는 데도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도 넘겨버린 것"이라며 "오죽하면 정의당조차도 이건 심사가 아니라 무심사라고 뛰쳐나갔겠나"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또한 "자신들이 낼 돈이라면 이렇게 졸속으로 했겠느냐"며 "무조건 추경을 통과시키라는 대통령 하명에 국회와 야당의 존재는 부정됐고 국민의 지갑은 영혼까지 털린 것이다. 민의의 전당이자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가 날림 심사와 날림 통과로 통법부와 거수기를 넘어 '청와대 심부름센터'로 전락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 혈세가 쓰이는 예산 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이 176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통해 야당과의 합의 없이 강공 모드를 이어가는 데 대해 향후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 여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176석이라는 민주당의 거대 의석을 통한 무리한 일들이 이제 시작된 것"이라며 "특히 예산의 경우 무엇보다 여당 의원들의 마구잡이 민원성 예산 증액이 문제인데, 이런 것들이 졸속으로 심사되고 통과되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장 소장은 "꼭 예산 문제에서만이 아니다. 앞으로의 법안 통과에 있어서 야당과의 협의나 협치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뜻에 맞기 '밀어붙이기 식'으로 통과시킬 것"이라며 "추경이 통과되면 다음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문제에서도 일방적인 법안 변경을 통해 야당의 반대에도 밀어붙일 것이다. 견제와 균형이 깨진 의회의 여러 잘못된 점들을 국민들이 눈앞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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