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본격화 후 중소기업·주택담보·개인신용 대출 금리 일제히↑
제로금리·금융 지원 속에서도 '마이웨이'…예대 마진 방어 '총력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일제히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와중 Sh수협은행만 이자율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금리가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한 각종 금융 지원에 힘입어 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수협은행은 기업부터 개인 대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이자율 인상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실적 부진에 빠진 수협은행이 코로나19 역풍 속에서도 예대 마진을 발판 삼아 수익성을 끌어 올리려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국책 특수은행인 KDB산업은행을 제외한 국내 15개 은행들의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 금리는 평균 3.22%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월(3.59%) 대비 0.36%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은행별로 봐도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거의 모든 곳들의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이 내림세를 나타냈다. 조사 대상 기간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을 내리지 않은 곳은 수협은행이 유일했다. 수협은행의 해당 금리는 3.80%에서 3.81%로 다소(0.01%포인트) 높아졌다. 큰 폭의 상승은 아니었지만 은행들의 전반적 흐름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수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은행 전체 평균을 0.57%포인트나 웃돌게 됐다.
이 같은 수협은행의 이자율 인상은 개인을 상대로 한 대출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수협은행의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89%에서 3.00%로 0.11%포인트 오르며 은행들 중 유일하게 3%대로 올라섰다. 반면 해당 대출의 은행 전체 평균 이자율은 2.75%에서 2.66%로 0.09%포인트 낮아졌다.
개인 신용대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수협은행의 가계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3.35%에서 3.47%로 0.12%포인트 높아졌다. 이 역시 은행들 전체 평균이 3.82%에서 3.69%로 0.13%포인트 낮아진 것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최근의 금융시장 여건을 놓고 보면 은행 대출 이자율은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다. 가장 큰 요인은 우선 기준금리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는 갑작스레 0%대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올해 3월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했다. 우리 금융 시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제로금리 시대다. 그럼에도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내린 0.50%로 결정했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따른 은행들의 금융지원도 전반적인 대출 이자율을 끌어내린 요소로 작용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올해 2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금융지원을 지속해 왔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저금리 신규 대출과 이자 감면 등을 실시해 왔는데 그 영향이 평균 금리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각종 대출 이자율이 오른 수협은행의 추세는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짊어져야 할, 보이지 않는 짐도 상당할 전망이다. 남다른 행보로 이자 마진을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그 만큼 여론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어서다. 아울러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독려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압박도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수협은행이 역주행을 벌이고 있는 배경으로는 부진한 실적이 거론된다. 올해 들어 회사의 성적이 눈에 띄게 악화되기 시작하자,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사수하며 예대 마진 방어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수협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76억원으로 전년 동기(610억원) 대비 22.0%(134억)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예대 금리 차이는 1.63%에서 1.41%로 0.22%포인트 축소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속에서 대출 금리를 무리하게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기 어렵다"며 "적어도 기준금리 변화는 반영될 수 있도록 이자율을 조정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