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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굴곡진 여성의 삶, ‘인비져블 라이프’

  • [데일리안] 입력 2020.07.09 10:15
  • 수정 2020.07.13 08:15
  • 데스크 (desk@dailian.co.kr)

카림 아니노즈 감독 작품…제72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

ⓒⓒ'인비져블 라이프'

여권신장(女權伸張)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은 주체가 아닌 타자로 그리고 객체로 존재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 정해진 삶을 살아야했다. 특히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 여성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가부장제는 시대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성격을 달리 했지만 여성의 삶을 속박해 왔다.


마샤 바타라의 소설을 영화화한 ‘인비저블 라이프(Invisible Life)’는 1950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가부장적 남성들에 의해 굴곡진 삶을 살아야만 했던 여성들의 안타까운 세월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1950년 구스망 집안의 두 딸, 누구보다 우애가 깊은 귀다(줄리아 스토클러 분)와 에우리디스(캐롤 두아르테 분)는 젊은 시절 포르투갈에서 이주해 브라질에 정착한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엄격한 아버지에 지친 귀다는 잘생긴 항해사와 사랑에 빠져 가족 몰래 그리스로 달아나고 피아니스트가 꿈인 동생 에우리디스는 아버지가 정해준 부유한 집안의 안테노를 만나 결혼한다. 1년 뒤, 귀다는 요르고스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임신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지만 가족의 명예가 중요한 아버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로 인해 두 자매는 같은 브라질에 살면서도 서로의 행방을 모른 채 67년의 세월을 살게 된다.


영화는 여성의 서사가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인비저블 라이프’는 1950년대 브라질 여성의 삶이기도 하며 그 시대를 살아온 모든 여성들의 삶이기도 하다. 영화는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자매를 통해 힘겹게 살아왔던 수많은 여성들의 잊혀진 삶을 다룬다. 가족에게 외면당한 귀다는 많은 이웃 여성들의 도움으로 홀로 아이를 키운다. 혼자보다 함께일 때 연대는 강해진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는 여성들의 사랑과 연대를 서사에 잘 녹여냈다.


ⓒⓒ'인비져블 라이프'

가부장제 속에서 타자화 된 여성의 모습을 담는다. 여성은 남성의 존재에 의해 위치가 규정됐고 이는 인간 간의 권력관계 속에서 형성된 패배의 결과로 여성은 타자로 객체로 존재했다. 에우리디스를 통해 여성은 결혼이라는 제도로 가부장적 사회에 편입되고 주체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희생과 복종을 강요받았다.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철저히 외면당하며 오히려 가족보다는 음악원 입학을 준비하는 모습에 이기적이라며 비난받는다. 영화는 결혼과 원치 않는 임신으로 자신의 꿈은 포기한 채, 평범한 가정주부로 삶을 살아야만 했던 그 시대의 여성을 잘 그려냈다.


‘인비저블 라이프’는 여성영화에 걸맞게 아름답고도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인다. 특히 강력한 색채, 감각적인 영상과 잔잔한 피아노 선율까지. 영화는 두 자매의 삶을 번갈아가며 이야기하지만 고통스러운 삶을 설명하는 대신 상징적인 모습을 통해 그 시대의 여성 이야기를 그려낸다. 자칫 신파로 가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감각적이면서 여운 짙은 작품으로 연출한 카림 아니노즈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제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던 에우리디스와 귀다 자매의 ‘보이지 않는 삶’에는 1950년대 억압받는 많은 여성들이 삶이 함축되어 있다. 영화 ‘인비저블 라이프’는 그 시대 그들의 삶을 통해, 자신들의 원하는 삶, 보이는 삶(visible life)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여성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

양경미/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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