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중 비금융법인 순자금 조달 28.2조
소비 위축·주택투자 감소에 가계 여윳돈은 확대
국내 기업들이 실적 부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충격 속에서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1년 전보다 10조원 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분기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올해 1분기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2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원) 대비 14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금순환표는 가계,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실물거래를 한 결과 자금이 얼마만큼 부족하거나 남았는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고 남는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금융거래를 했는지를 정리한 통계다.
자금 운용이 조달보다 많으면 다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고, 자금 조달이 운용보다 많으면 다른 부문에서 자금을 공급받은 것이다. 통상 가계는 다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은 다른 부문에서 자금을 공급받는 주체가 된다.
통상 일반 기업을 가리키는 비금융 법인들이 이처럼 순자금 조달 규모를 늘린 배경으로 한은은 수익성 둔화와 코로나19 여파를 꼽았다. 투자재원 마련보다는 운영자금 확보 목적이 더 크다는 얘기다.
가계의 여윳돈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66조8000억원으로 1년 전(27조8000억원)보다 39조원 늘었다. 순자금 운용은 경제주체가 예금, 채권, 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 등(자금 조달)을 뺀 금액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가계소득 증가에도 소비가 위축되고 신규 주택투자가 감소한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 등을 모두 합한 일반정부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정부소비·투자 등의 증가에 따라 3000억원에서 26조5000억원으로 26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한편, 올해 3월 말 국내 비금융 부문의 금융자산은 전 분기 말보다 55조1000억원 감소한 8502조2000억원을, 금융부채는 152조8000억원 늘어난 5809조원을 기록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같은 기간 1.52배에서 1.47배로 낮아졌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 역시 2.12배에서 2.10배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