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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열전⑥] 안철수와 통합당의 '도킹'…대권, 직행이냐 우회냐


입력 2020.07.24 06:01 수정 2020.07.24 09:0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몇 번이나 "안철수 끝났다" 소리 나왔지만…

강한 정치적 생명력 "나만큼 독한 사람 못 봤다"

대권 도전 위한 공간, 중도보수에서 마련할 듯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미래통합당 당헌 제73조는 대선 240일 전부터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받도록 규정한다. 20대 대선은 2022년 3월 9일이다. 역산하면 통합당의 대선예비후보 등록은 내년 7월 12일부터다. 우리나라 적통(嫡統) 보수정당의 대권 레이스가 불과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최근 통합당 내에서는 흥행과 감동, 확장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선후보 경선을 하자는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이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처럼 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기류로 볼 때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당헌에 정해진 것보다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늦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8년 7월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였던 이날 안철수 대표는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8년 7월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였던 이날 안철수 대표는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문재인 정권을 향한 '작심 비판'의 수위가 매섭다. 제도권 정치에서 현 정권을 가장 강하게 질타하면서, 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의 이목을 잡아끌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23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권이 갑자기 띄운 행정수도 이전 주장을 향해 "부동산 정책실패를 행정수도 이슈로 덮으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며 "지역감정을 부추겨 2002년 대선판을 다시 한 번 만들어보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정곡을 찔렀다.


앞서 지난 16일 최고위에서도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성추행 고소 유출 의혹을 가리켜 "경찰이나 청와대가 고소 사실을 가해자에게 알려 은폐할 시간을 줬다면 최순실보다 더 심한 국정농단"이라며 "이번 일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 정권 권력사유화의 실체와 썩을대로 썩은 공직기강을 확인하게 된다"고 독하게 비판을 가했다.


이처럼 안철수 대표가 현 정권을 향해 시퍼렇게 날을 세울수록, 친문(친문재인)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박원순 사태' 와중에 박 전 시장을 비호하려고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 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 받지 말아야 할 인물이냐"라는 주장을 전개해 국민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했던 친문 성향 커뮤니티의 글은 사실은 댓글이다.


댓글이 달린 글의 본문은 안 대표를 겨냥해 "동지의 죽음 앞에서도 정치를 판다"며 "안철수 당신을 소시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반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글에 "내 맘과 똑같다"며 '이순신 관노' 주장을 담은 댓글이 달렸다. 성추행 혐의 고소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박 전 시장인데, 뜬금없이 안 대표가 소환돼 "당신을 모든 것을 다해서 반대하겠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친문들의 안철수 대표를 향한 극렬한 반감을 고려할 때, 안철수 대표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정치적 활동 공간을 이제는 중도보수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통합당 및 범보수 진영 주요 정치인들과는 잦은 접촉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킹 메이커' 윤상현 무소속 의원과의 회동 사실이 보도됐지만, 그외에도 통합당의 여러 중진의원들이 안 대표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 뒤, 몇 차례나 '안철수 끝났다' 소리가 나왔다. 2017년 5월 9일 저녁,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을 빠져나가던 모 의원은 "결국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로 밀려났을 때도 "정말 끝났다"는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강인한 정치적 생명력을 보여주며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통합당의 3선 의원은 "대권주자에게 있어 신비감은 곧 그 사람을 향한 기대감이다. 신비감이 바닥난 것은 곧 에너지를 소진한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의 경우 지방선거 직후 해외에 있으면서 경솔하게 SNS 따위도 하지 않아 노출을 자제했던 게 신비감 회복을 가져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4·15 총선 불출마도 적절했다. 총선을 전면에서 주도한 황교안 통합당 전 대표 등이 심각한 정치적 내상을 입었지만, 안철수 대표는 한 발 거리를 둔 까닭에 야권의 총선 패배 책임으로부터는 일정 부분 자유롭게 됐다. 또,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를 3년 내리 출마하며 쌓였던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해소했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대표는 야권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8.6%를 얻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12.7%), 유승민 전 의원(9.3%)과 오차범위내 선두 그룹이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각각 1996년과 2000년부터 보수 적통(嫡統) 정당이라는 '큰집'에서 수십 년간 정치활동을 하며 지지 기반을 다져왔다. 이에 비해 안철수 대표는 정계입문도 늦고, 큰 정당에서 제대로 된 지지 기반을 닦을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도 안 대표가 홍 의원, 유 전 의원에 밀리지 않는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안 대표 본인도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서는 내 이름을 조롱해 '철수한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약하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이미지"라며 "내가 얼마나 독한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 나는 살면서 나만큼 독한 사람 못 봤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통합당 '도킹 메시지'는 "서울시장 후보 오라"?
받는다면 '실력 증명할 기회' 얻어 차차기 대권
대권 직행이라면 '기회 보장' 놓고 '밀당' 불가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봉사 중이던 지난 3월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 연결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봉사 중이던 지난 3월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 연결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대표를 범보수 진영의 '잠룡'으로 분류한다면 상당히 독자적인 위상을 가진 축에 속한다. '보수 중에 가장 왼쪽'이 될 안 대표의 포지션은 전략적이다. 의사 출신 IT벤처경영인이라는 안 대표의 출신도 독특하다.


2017년 대선 때는 경영인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와튼스쿨 동문'이라는 점을 내세워 "아이스브레이킹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아이스브레이킹'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렸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서는 의사 출신으로 대구에 의료봉사를 하러가 또 포털 실검 1위가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대권주자'를 논할 때마다 IT벤처 출신인 안 대표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기존의 보수에서 '대체제'를 떠올리기 어려운 존재다. 총선 이후로 통합당과 안철수 대표 사이에서 '도킹' 논의가 그치지 않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를 가리켜 "말씀을 보면 문재인정권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우리와 뜻이 같다"며 "민주당이 꼼수로 서울시장 후보를 공천한다면,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던지는 '도킹 메시지'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다. 관건은 대권주자의 위상인 안 대표가 과연 받아들이느냐다. 안 대표가 체급을 한 단계 낮춰 범보수 진영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를 받아들인다면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실력을 증명할 기회'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얼마전 조선일보 주말판 1면에 안철수 대표의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인기 좋을 때는 실력이 없고, 실력이 생기니 인기가 바닥"이라는 큰 활자 제목이 인쇄된 것을 보고 "슬몃 웃었다"고 전했다.


안 대표의 인기가 전만 같지 않다는 것은 국민이 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안 대표는 투표 전날까지 "'무릎팍도사'에 나와 위로의 말씀을 드렸던 그 안철수"라고 외쳤지만, 서울시장 후보군 다자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을 넘나들던 그 때와 같은 '신드롬'은 재연되지 않았다.


'인기'와 반비례로 "실력이 생겼다"는 것은 본인의 주장일 뿐, 아직 국민은 알지 못한다. 정치인의 실력이 숫자로 공표되는 것도 아니다. 뭘 맡아서 일을 해야 비로소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실력이 생겼다'는 본인 주장을 천만 서울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대권을 도모하는 게 가능해진다.


안 대표는 1962년생이다. 차차기인 2027년 대선에 출마할 때면 만 65세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64세, 이명박 전 대통령이 66세, 김영삼 전 대통령이 65세에 당선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차기를 노리지 못할 것도 없다.


다만 안철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단일후보로 나서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생각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대표가 대선 직행을 노리는 것이라면, 통합당과의 '도킹'은 난항을 겪게 된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안 대표가 우리 당에 들어오려면 대선후보의 자리를 놓고 공정히 경쟁해볼만한 '기회' 보장을 원할 것"이라며 "기존 당원들이 있는 상태에서 들어오면 '게임'이 안되니까, 완전국민경선이 전제돼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완전국민경선에 대해 "정당의 공직후보자를 뽑는데 당원투표권이 없으면 누가 당비를 내겠느냐"고 했다. 안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기존 통합당원들의 투표권이 배제된 '동등한 기회'를 요구해올 때, 누가 책임을 지고 이를 '보장'해줄 수 있을까. 정치적 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통합당의 다른 의원은 "안철수 대표 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설령 서울시장 출마에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고 통합당으로 들어오는 것은 대권주자로서의 체급이 떨어지는 일"이라며 "하물며 그런 식으로 들어오면 나중에 '경선하자'고 나오는 사람까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대권주자인데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간다면, 그것은 야권의 단일대오를 위해 본인이 '정치적 희생'을 하는 모양이 돼야 한다. 추대를 받듯이 정리가 돼야 하는 것"이라며 "'도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밀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잡음이 일자, 이해찬 대표가 고위전략회의에서 "후보를 낼지 말지는 연말쯤 가서 결정하면 된다"고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당헌을 가벼이 여긴다는 비판의 여지와는 별론으로,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범보수 진영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후보 여부도 결국은 이해찬 대표의 말처럼 일러야 연말쯤 가서 결정될 문제다. 그 때까지는 쌍방이 군불을 떼면서 연기를 피워올리는 움직임만 이어질 것이다. 정기국회가 끝난 겨울에 내려질 안철수 대표의 용단과, 그 이후에 뒤따를 움직임을 주목해야할 이유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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