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두산중공업 구조조정 과제 산적…"후보군 떠오르지 않아"
산업은행장 최초 연임 가능성 거론…정작 본인은 "미련 없이 최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 종료일(9월 10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회장 체제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두산중공업 매각 작업 등에 대한 업무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융권 주요인사들이 차기 산은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이 회장의 임기 3주를 앞두고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의 연임이 굳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산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 20조원의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 산더미 같은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산은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진데다 아시아나항공이나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굵직한 현안도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이 회장은 매각 협상과 관련해 속도전을 주문하며 임기 만료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선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은 여전히 불투명해 이 회장 임기 내에 아시아나의 새주인을 찾아주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의 대면협상 요구를 수락하며 표면적으로 협상이 새 국면을 맞았지만, 여전히 협상의 세부 사항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계약 무산을 염두에 두고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간담회에서 "산은과 금호 측은 하등 잘못이 없다. 계약이 무산될 위험과 관련해선 HDC현산 측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 아닌가"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경우 법적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협상 과정에서 기업 측에 끌려다니지 않고 원칙을 내세워 밀어붙이는 대응 방식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노딜'로 귀결되면, 결국 산은이 대주주에 올라 아시아나 경영을 맡는 방식의 국영화 가능성 높게 보고 있다. 산은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주식으로 모두 전환하면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협상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이 회장의 역할이 한층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산업은행 21세기 최초의 연임 성공 사례로 기록된다. 1954년 산은 설립 이후 회장을 연임한 사람은 구용서 초대 총재와 김원기‧이형구 전 총재 등 세 명에 불과하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청와대에서도 이 회장을 재신임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이 회장 본인은 "9월초까지 미련 없이 최선을 다 하겠다", "더 이상의 미련도 없다"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인사권자에게 백지위임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이 회장의 연임 문제는 인사권자의 판단에 달린 것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권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 예단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번 믿고 일을 맡긴 사람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연임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