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전 '볼넷0'으로 뱉은 말에 책임
다음 등판에서는 '100구 이상' 최다이닝 노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이번에도 뱉은 말에 책임을 졌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각) 미국 볼티모어 오리올파크서 펼쳐진 ‘2020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 호투했다.
5-1 리드 속에 7회초 마운드를 내려간 류현진은 토론토가 7-2로 이겨 시즌 2승(1패)을 달성했다. 개막 초반 8점대로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3.46까지 끌어내린 류현진은 8월 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06을 기록할 정도로 ‘코리안 몬스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더욱 신뢰가 두터워지는 이유는 경기 후 스스로 꼽았던 과제를 다음 등판에서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즌 첫 패배를 당했던 워싱턴 내셔널스전(4.1이닝 5실점)에서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2.4km에 그쳤다. 시속 146㎞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류현진이 볼 스피드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지만, 개막 초반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주무기 체인지업 위력도 급감했다.
워싱턴전 이후 류현진은 MLB.com을 통해 “구속 저하를 느끼긴 했다. 몸에 이상 없으니 곧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깎고, 아내와 딸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심한 뒤 등판한 애틀랜타전(5이닝 무실점)에서는 약 2km 이상 붙었다. 시즌 첫 승도 수확했다. 마이애미전에서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1.9마일(148.0km)까지 찍었고, 평균 구속은 90.1마일(145.1km)로 측정됐고, 90마일 이상 찍은 공은 20개를 초과했다.
마이애미전 이후 류현진은 볼넷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은 2개의 볼넷만 허용했지만 류현진은 만족하지 못했다.
MLB.com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류현진은 “볼넷은 싫다. 다음부터는 볼넷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빈말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이날 시즌 첫 무사사구 경기를 펼쳤다. 삼진 3개를 잡는 동안 볼넷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제구가 좋았다. 개막 초반 3경기에서 8개를 허용했지만 최근 3경기에서는 5개로 줄었고, 최근 2경기로 좁히면 2개다. 지난 시즌 9이닝당 볼넷 1.18(BB/9)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12까지 끌어내렸다.
구속과 무사사구 약속을 지킨 류현진은 2승 달성 후 MLB.com 등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긴 이닝 소화를 약속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도 시즌 최다이닝 소화는 가능해보였다. 볼넷이 없고 병살타를 유도하는 등 투구수도 효율적으로 관리해 6회를 마치고도 86개에 불과했다. 구위로 보나 투구수로 보나 충분히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을 7회에 올리지 않았다. 충분히 더 던질 수 있는 상황에서 등판을 마친 류현진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에 대해 몬토요 감독은 MLB.com 등을 통해 “류현진은 100개 정도 던질 계획이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릴 생각이었지만 (토론토)공격이 길어지면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다음 경기에서 100개 이상의 투구와 긴 이닝을 약속했다.
구속이 붙으며 패스트볼 구위가 살아나며 변화구 위력을 더했고, 제구가 안정을 찾으며 무사사구 경기까지 한 류현진의 시즌 최다이닝 소화 가능성은 기대해도 좋다. 이닝이터는 에이스의 또 다른 덕목이다. 시즌 초반 18경기에서 토론토 선발투수들이 평균 4.1이닝 소화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절실하다.
에이스로 확실하게 인정받은 류현진이 다음 경기에서 100개 이상의 투구로 시즌 최다이닝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