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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이준혁의 풍부해진 얼굴과 확장된 연기


입력 2020.08.28 08:50 수정 2020.08.28 08:5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이준혁ⓒtvN 이준혁ⓒtvN

배우 이준혁이 '적폐요정', '권력빌런' 등으로 불리며 얄미운 캐릭터마저 응원하게 만드는 서동재로 돌아왔다.


2007년 KBS2 단막극 '드라마시티-사랑이 우리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데뷔해 '조강지처 클럽', '그들이 사는 세상', '시티홀', '수상한 삼형제', '시티헌터', '시크릿 가든', '시티헌터', '적도의 남자', '파랑새의 집', '맨몸의 소방관' 등 군 복무기간을 제외하곤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준혁의 얼굴은 대중에 익숙했고, 잘생긴 주조연 배우란 인식이 생겼다. 딱히 그의 연기에 제동을, 찬사를 보내지도 않았다. 2017년 '비밀의 숲'에 출연하기 전까진 말이다.


이준혁의 진가가 보이기 시작한 건 '비밀의 숲'에서 출세욕에 안달이 난 얼굴을 보여주면서부터다. 서동재는 지방대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검사가 됐지만, 학연, 지연 없는 검찰청에서 더 높은 곳으로 위해 강약약강 생존법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감정이 없이 객관적으로 사건을 대하고 정의를 구현해나가는 후배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과 대비돼 보는 재미를 줬다. 잡은 기회를 번번히 놓치거나, 가끔 결정적인 순간에 히든카드를 쥐고 흔들기도 하며 묵직한 장르물의 분위기를 종종 변화시켰다.


시청자들이 서동재를 응원하는 이유는, '강약약강 생존법'이 그에게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준혁은 권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서동재의 단면이 아닌, 굴욕을 당하는 얼굴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했고 시청자는 동화됐다.


지난 15일 첫 방송된 '비밀의 숲2'에서 서동재는 의정부지방검찰청 1부 검사지만, 동부검찰, 형사법제단, 한조그룹 등 권력의 노른자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시즌1 때보다 권력에 더 멀어졌기에 초조해진 설정 때문인지 서동재의 목소리 톤은 한 껏 가벼워졌고, 표정은 익살스러워졌다. 여유있어 보이지만, 벼랑 끝이라는 무드가 우태하(최무성 분)앞에서 절로 베어나온다. 서동재 본연의 자연스러운 중저음 목소리가 나올 땐 황시목 앞에서 뿐이다.


이준혁ⓒtvN, MBC,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준혁ⓒtvN, MBC, 롯데엔터테인먼트

'비밀의 숲'이 이준혁 팬덤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이후에 출연한 영화 '신과 함께' 악역 박중위,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물리치료사 예재욱, '60일, 지정 생존자' 국회의원 오영석,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의 형사 지형주로 다각도의 얼굴을 보여줬다. 악역 뿐만 아니라 멜로, 휴먼, 장르물에서도 이준혁은 탄력 받은 연기를 선사했고, 그의 선 굵은 얼굴은 각도마다 다른 인상을 주며 캐릭터에 스몄다.


이준혁은 배우로서 어느 순간부터 더 올라가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인터뷰에서 이준혁은 "TV에 나오는 것만으로 너무 복받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캐릭터들과 온전히 대화를 나누는 것에 집중한다"고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강조한 말이 있다. "쓸데없는 욕심 부리지 말고 할일이나 잘하려고 산다"고 말이다. 비워냄으로써 채워넣을 공간이 한층 넓어진 덕분일까. 이준혁의 연기 세계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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