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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식 한림원 회장 "한국 산업보안 철통방어 책임진다"


입력 2020.08.28 07:00 수정 2020.08.27 20:34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한림원, 국내 최고 산업보안 전문가로 구성…산업기술보호법 자문 '결실'

기술보안 위한 실제적인 노하우 전달…중소기업·대학까지 공유 확대

"민관 협업으로 기술 탈취 막는 최고 수준 국가보안경쟁력 만들 것"

정우식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우식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전세계적으로 기술 탈취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는 중국은 국내 핵심기술 및 첨단기술을 주 표적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각 기업들은 기술 유출 차단에 애를 쓰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최고의 보안인력들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사례를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한림원은 그렇게 시작됐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과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 민간기업이 의기투합한 결과 2018년 6월 28일 정식으로 '한국산업보안한림원(이하 한림원)'이 출범했고 초대 회장으로 정우식 포스코 정보보호사무국장이 선출됐다.


"국정원 제안으로 삼성, 포스코 등 5개사가 먼저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각사별 장점이 뚜렷하다 보니 우리가 한국 산업보안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의견이 모아졌고 약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한림원이 탄생했습니다."


업계 최고 전문가들 뭉쳤다…국내 최고 보안전문성 지향


한림원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모여 정부의 산업보안 정책·제도의 자문역할을 하고, 각 사의 우수보안 사례를 공유해 국내 산업보안을 선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최고 수준의 보안전문성을 지향하는 만큼 회원자격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회원사들은 산업보안 정책·제도를 뒷받침함과 동시에 중소기업·대기업간 가교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자격 요건은 보안 경력 5년 이상, 보안책임자로 한림원 내 평가위원회 심사에서 1차 통과한 뒤 총회에서 회원사들의 3분의 2 찬성표를 얻어야 비로소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한림원은 현재 삼성, LG, 포스코, 현대차, SK, 한화, 효성 등 제조분야 7개 그룹 42개사와 법무법인 김앤장, 율촌 등 2개사를 더해 총 44개 회원사로 구성돼있다.


"절차가 다소 까다롭지만 최고 보안전문가를 확보하는 동시에 회원사들에게 자부심과 자긍심을 주기 위해 이렇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우식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우식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기술 해외유출 어떻게 막나요?"…컨퍼런스 열어 실제 노하우 전달


현장 보안 전문가들이 함께 하다보니 공유하는 기술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한림원은 출범한 2018년부터 매년 산업보안 국제컨퍼런스를 개최, 산업계에 필요한 노하우들을 알리고 있다.


처음으로 열린 컨퍼런스에선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핵심인력·기술의 해외유출방지를 위한 전략' '산업제조 공정·산업보안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보안업계 및 학계에서 다루지 않던 주제이다 보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존 컨퍼런스가 학회, 보안단체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기업들이 실제적으로 궁금한 분야까지 다루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후발주자인 중국·인도로부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과 구체적인 제조공정 보안 방안 등 기존 보안업계와 학계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한림원은 실제적인 내용을 위주로 매년 4차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토론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주춤해지면 '코로나 시대의 산업보안,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올해 11월 개최를 앞둔 국제컨퍼런스는 코로나19를 감안해 비대면(온라인)으로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확산 관련 보안대책과 해외 법적 소송 시 정보유출 방지를 위한 대응전략 등을 준비중이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기술적으로 어떻게 방어해야 산업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보안 위기라고 하지만 저는 기회라고 봅니다. 재택근무에 맞게 보안 사고방식이 바뀔 것이고 관리 기술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제도 선진화는 필수…국정원과 산업보안 정책·제도 개선 노력


정 회장은 취임 당시 회원사들에게 크게 두 가지를 약속했다. 회원사간 원활한 정보 공유, 한국 산업보안을 위한 충실한 자문 역할이 그것이다.


실제로 한림원은 출범 직후 민관 합동 간담회 등을 통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자문 역할을 했다. 산업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양형 기준을 상향하고 국정원에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부터 각 기업들은 기술유출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꾸준한 제도 개선 요청 끝에 올해 2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 시행됐습니다. 국정원이 조사권을 갖게 되면서 우리가 몰랐던 영역까지 산업스파이 유출 행위가 적발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우식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우식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가핵심기술 평가지표 표준화…기업 보안수준 상향


한림원의 자문역할은 평가지표 구축으로도 이어졌다. 한림원은 국정원이 주도하는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대상 실태점검 평가지표' 기준을 수립하는 데 자문역할을 했다. 문항수만 387개로,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구축하기 위해 민관이 1년 여간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새로운 평가지표가 지난해 9월 마련됐다. 이 평가지표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들의 관리기준, 정책 등 보안수준에 대한 산업계의 표준이 됐다는 평가다.


"객관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 보니, 각 기업들은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보안 수준을 높이는 데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됩니다. 표준화된 평가지표가 마련됨으로써 실태점검의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대기업만 기술 노하우 갖지 않아…중기·대학 등 공유 확대


한림원이 지난 2년간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성과 범위를 넓히는 데 나설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기술 보호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대학 등 국내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대학과 연계해 신규 보안인력 양성에 힘쓰고, 지속적으로 산업 보안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 경영이념인 '기업시민'과도 맥을 같이 한다. 포스코는 협력기업인 파트너사에게 품질, 환경, 자재관리 등 취약분야에 대한 무료 컨설팅을 지원해 협력사로부터 감사편지를 받기도 했다.


한림원 역시 국정원과 협업해 국가보안경쟁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국내 전반으로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정부와 산업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목표가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관 협업이 필수적이며 그러기 위해선 산업기술보안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은 물론, 업계 공동 대응을 위한 원활한 소통이 요구된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산업보안 활동을 가장 먼저 시작해 상당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습니다. 산업스파이 적발은 물론 기업이 인지하지 못하는 유출징후자를 확인하고, 사업보안 교육/컨설팅으로 산업체 보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산업기술 유출 시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 뒷받침이 강화돼야 합니다."


올해 연임이 확정된 정 회장은 한림원이 국내 산업보안을 선도하는 기구로 나아가기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할 일들이 많습니다. 민관 합동으로 국내 기술 탈취를 막아내고 국가의 산업기술을 보호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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