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조 집행부, 기업노조의 산별노조화 재추진
한국GM도 파업 절차 수순…코로나에 노조 리스크 '이중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완성차업계 위기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서도 노조는 상생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노사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민주노총 재가입을 추진하며 '노조 강성화'를 예고하고 있고, 한국GM 노조 역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코로나19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전례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가입을 다시 추진한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실제 노조는 내달 9·10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측이 연속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 임금동결 및 근로조건을 후퇴시켜 조합원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면서 힘을 키우려면 민주노총 산별노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르노삼성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국내 완성차 업체는 쌍용차를 제외한 4개사 모두 금속노조가 장악하게 된다.
민주노총 가입은 2018년 노조 집행부 출범 당시 내걸었던 공약 중 하나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업별 노조이면서도 민주노총 출신 간부들이 집행부를 장악한 특이한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현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지난 2011년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지회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과거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가입 조합원을 늘려 교섭권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산되자 기존 지회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인 르노삼성 노조에 가입해 지도부를 장악했다.
2018년 말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그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 3월 가입을 추진했으나 조합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업계는 르노삼성 집행부가 또 다시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유리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무리해서라도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상급단체 지원을 받아 내부 결속을 강화할 수 있고,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도 회사를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을 월 7만1687원(4.69%) 인상하고, 700만원 규모의 일시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 가입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기업별 노조가 산별노조(금속노조)에 가입하려면 조합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등 허들이 높다.
게다가 현 집행부에 반감을 가진 조합원들도 적지 않다. 2018년 파업 당시 80%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면 올해 초에는 20%만 동참했다.
이번 금속노조 가입 추진은 결국 '노조 강성화'로 연결돼 생산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XM3 수출물량 배정이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노조 가입은 르노 본사에 매우 부정적인 메시지를 심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무리 XM3가 국내 시장에서 잘 나가더라도 수출 물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르노삼성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 연간 10만대 이상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면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한국GM 역시 쟁의권 확보 수순을 밟으며 파업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GM지부는 쟁의권 확보를 위해 내달 1·2일 이틀에 걸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다음달 초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신청도 할 예정이다.
중노위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고 쟁의행위에 찬성하는 조합원의 비율이 절반을 넘기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을 주장한다. 이와 관련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회사 측과 6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쟁의권 확보에 나섰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 침체로 최근 4년간 누적 적자만 3조원대인 상황에서 이같은 노조의 움직임은 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GM은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에 수출은 물론이거나와 내수 판매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GM 미국 본사가 생산성 제고를 이유로 공장폐쇄와 인원감축에 나서는 상황에서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본사 구조조정 빌미만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칫 르노 본사가 부평·창원공장 등에서 생산하는 물량 일부를 철회하거나 지원을 중단할 경우, 한국GM 역시 회생을 모색하기 어려워진다.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다, 그렇다고 정부나 외자계 업체 자금을 유치하기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우례 없는 위기를 맞이한 자동차 산업이 살아남으려면 노사 상생은 필수적"이라며 "회사가 어려워지면 구조조정 부메랑은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