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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㉔] ‘셀로판’에 눌러 담은 ‘프롬’의 오묘한 감정선


입력 2020.09.03 00:00 수정 2020.09.02 18:4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프롬 ⓒ프롬

싱어송라이터 프롬의 목소리에는 오묘한 감성이 묻어난다. 부드럽고 청아한 듯 하면서도 중저음의 음역대에서 나오는 분위기는 매우 독창적이다. 앞서 프롬은 자신이 중저음 목소리가 콤플렉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프롬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그의 매력 포인트가 됐다.


지난 1일 발매된 새 앨범 ‘셀로판’(CELLOPHANE)은 프롬의 목소리를 비롯해 꿈을 꾸는 듯한 사운드에 독창적 쾌활함까지 꾹꾹 눌러 담은 앨범이다. 여러 가지 색깔을 내는 셀로판처럼 극명하게 다른 색깔을 내는 우리의 삶을 그렸다. 그런 면에서 앨범에 담은 수록곡들의 색깔들도 다양하다.


- 가수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친구들 앞에 나서는 일을 좋아했어요. 막연히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음악에 크게 재능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음악을 잘하는 뮤지션들을 동경하게 되고 더 실현하고 싶은 꿈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많은 오디션프로그램이 끝없이 나오는 것을 보니 가수는 모두가 한번은 꾸는 꿈이 아닐까 싶네요.


- 어릴 적 꿈꾸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얼마나 닮아 있을까요.


어느 정도일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는 부합하는 것 같아요. 창작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 밤에 일찍 자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꿈이었거든요.


- 내년이면 벌써 데뷔 10년차네요. 데뷔 당시와 지금의 프롬은 어떻게 다른가요.


모든 것의 주체와 책임자는 나라는 분명한 소신을 가지게 된 점이요. 예전에는 주변의 의견에 쉽게 휩쓸렸어요. 종종 중점을 두어야 할 곳을 착각하기도 했고요. 몇 번이나 앨범 작업을 하다 보니 다른 것에 눈치 보거나, 적절히 타협하게 되면 결국 그것들이 나를 저격하고 그것으로 다시 상처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더라고요.


-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직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인데, 싫증이 나거나 힘들었던 적은 없나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는데 작년이 슬럼프였던 것 같아요. ‘미드나잇 캔디’ 앨범을 내고 너무 열심히 달렸던 탓인지, 번아웃 증후군처럼 작업이 손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2019년엔 거의 제대로 된 곡은 한 곡도 쓰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갈급함이 내 영혼을 가뭄처럼 말리고 있다는 기분에 내내 괴로워했죠. 답은 결국 휴식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없이 오래 머리를 비워두다 보니 편하게 다시 스케치도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뭔가 만드는 사람으로 돌아가더라고요. 팬분들의 채찍질도 한몫해줬습니다.(웃음) 늘 새롭게 절 자극하고 위로해주니까요.


ⓒ프롬 ⓒ프롬

- 9월 1일 신보가 나왔습니다. ‘셀로판’은 어떤 앨범인가요.


지난 메모장에 ‘하루는 죽고 싶을 만큼 슬펐고, 하루는 어제가 기억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라고 짧은 일기가 쓰여 있었어요.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극명하게 다른 색깔이구나. 가능하다면 원하는 색으로 내 삶을 보고 싶다. 그런 의미로 셀로판이라고 지었어요.


- 타이틀곡 ‘ALIENS’는 가수 김필 씨와 함께 했네요?


김필 씨는 최고의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팬을 자처하며 신곡이 나오면 응원을 해주기도 했고요. 이번에 김필 씨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러주면 좋을 것 같아서 나름 고민을 하며 어렵게 부탁을 드렸는데 정말 선뜻 함께해주고 응원까지 해줘서 힘이 많이 됐습니다. 심지어 녹음실 비용까지 말도 없이 결제하고 유유히 인사를 했었더라고요. 하하.


작업은 저음으로 단조롭게 계속 읊조리는 듯한 멜로디의 곡이라 발성이 좋고 고음도 잘하는 김필 씨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녹음실에서 함께 듣는 사람들은 김필 씨가 특유의 톤으로 속삭일 때 그저 감탄하며 행복해했어요. 오히려 김필 씨 노래와는 또 다른 매력을 노래에 담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습니다.


- 편곡을 하는 과정에서 편곡자에게 특별히 요구했던 부분이 있을까요?


편곡의 방향에 따라 곡이 크게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이번에 위아더나잇 Lil FISH 정원중씨가 거의 모든 곡의 편곡을 맡아 주었어요. 저의 곡 스타일도 워낙 잘 이해하고 있었고, 음악을 해석하는 능력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출중해서 같이 좋은 곡 작업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한두 곡을 함께 해보자고 시작해서 거의 전곡을 같이 프로듀싱하게 되었으니까요. 이번 앨범에서는 뭔가 요구했다기보다 추구하는 것들, 곡에 따른 상상의 이미지가 거의 일치해서 그것들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 구현하는 것이 전반의 작업이었습니다.


- 기존에 제목이나 가사 등의 소재로 ‘달’을 많이 사용하셨는데, 이번엔 ‘햇빛’과 관련된 가사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날씨나 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요. 이번 곡들 가사를 쓸 때 마음 안에 꺼내 쓴 이미지에는 항상 해와 노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조량이 부족한 지역의 사람들은 우울을 오래 겪듯, 햇빛은 그 자체로 치유의 능력이 있으니까요. 저는 날씨 운이 대부분 좋지 않은 편이라 더 빛에 집착해 가사를 써 내려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롬 ⓒ프롬

- 이번 앨범 수록곡들 중에 유독 애정이 가는 곡이 있나요?


‘그대야’라는 곡인데 가사를 오랫동안 쓰지 못해서 아주 힘들었던 곡이에요. 주제를 몇 번이나 뒤엎었고 다 써진 가사를 몇 번 또 뒤엎었어요. 마음속 안에 이 곡에 대한 단어들과 반짝임은 보일 듯 말듯 느껴지는데 숨은 의미만큼의 가사가 써지지 않았거든요. 나의 이야기를 너에게 하듯 표현을 바꾸면서 조금씩 가장 평범하게 써내려갔는데 거의 녹음 직전까지도 수정했던 터라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들고 뿌듯해요. 가장 평범한 일상을 더욱 빛나게 사랑하고 싶다는 이번 앨범의 취지에도 맞는 것 같고요.


- 콘서트도 열 예정이었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공연 취소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6~7월에 맞춰 공연기획사의 제안으로 노들섬 라이브홀에서 단독공연을 준비 중이었거든요. 티켓 오픈 직전에 공연장의 거리두기 지침이 생겨 모든 조건이 달라져 버린 거죠. 그때의 단독공연을 앨범 발매 뒤로 연기해 추진했던 것이 이번 9월 공연이었어요. 그때도 지금도 세션 분들이 가장 힘드실 거예요. 스케줄에 맞춰 어느 정도 연습까지도 가닥을 잡아놓은 상태인데 공연 직전에 거의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으니까요. 지금은 너무 심각한 상황까지 와 더 좋은 날을 기약하기로 해야죠. 이번 공연도 취소 공지가 나가게 될 것 같아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티켓을 예매하고 기다려준 많은 분들께 너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 팬들이 건넨 메시지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요?


최근 벗어나고 싶은 현실과 거리를 두고 싶을 때, 그리고 잔인하지만 그 현실을 마주 보아야 할 때 그 모든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저의 노래가 있었다고 꼭 기억하고 힘내달라고 얘기해주시던 메시지요. 어떤 응원이든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힘인 것 같아요.


- 질문을 조금 바꿔서, 팬들에게 꼭 듣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발매 날이라 하는 말이지만 꽤 오래 지난 후에 이번 앨범의 곡들도 당신들의 삶 속에 한 부분으로 잘 스며들어 함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네요.


- 가수 프롬의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미약할지라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노래를 만들고, 느릴지라도 시대와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고 싶어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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