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CC 등 3만가구 분양 지역·일정 다음주 발표
“강남서 시작된 시장 불안인데...” 해당주민 불만 고조
“태릉CC, 국유지라 정부 뜻대로 강행될 것…‘패닉 바잉’ 잠재울지도 의문”
정부가 사전청약 물량 중 내년에 예정된 3만가구의 분양 대상지를 다음 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공개키로 했다.
하지만 사전청약 일정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사전 협의 과정 없이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하루라도 빨리 실수요자 분들이 주택공급 확대를 체감하고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내년 사전분양 3만가구의 분양 대상지를 다음 주 확정해 알려드릴 계획”이라며 “청약에 당첨돼 수년 내 입주가 가능한 내집이 생긴다는 기대만으로도 실수요자 분들의 주거 불안을 덜고 매매수요와 완화돼 시장 불안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는 지난 8·4부동산대책을 통해 기존 9000가구 수준이었던 사전청약 물량을 내년도 3만가구, 2022년 3만가구를 더해 모두 6만가구로 대폭 확대했다. 이 가운데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을 포함한 내년 사전분양 3만가구의 분양 대상지와 분양 일정을 다음 주에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사전청약을 서두르는 이유로 청약 시장에서 소외돼 ‘패닉 바잉’(공황 구매)을 불러일으켰던 30대를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 태릉CC 공공분양 아파트가 내년도 사전청약 물량에 포함되면서 주민들의 논란은 불거졌다. 강남에서 시작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애꿎은 강북만 희생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의 네티즌들은 “정부가 일산 죽이기로 재미 들렸다. 이제 힘없는 동네만 골라 죽이고 있다”, “절차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이다. 주민들 동의 없는 밀실행정이다”, “노원구는 이미 주택 포화상태고 노후 주택이 넘쳐나는데, 주민반대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그린벨트 없애고 임대주택 짓는 게 정상이냐”라는 등의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지난달 오승록 노원구청장 역시 노원구청 홈페이지에 “노원구는 30년 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의해 조성된 도시다.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로 이뤄져 우리나라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영구 임대아파트도 16%에 이른다. 이로 인해 인구의 고밀도화, 주차난 가중, 교통체증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태릉골프장 관련 대통령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경기 과천과 마포구 뿐만 아니라 노원구까지 정부의 주택공급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획대로 공급 계획이 이뤄질지, 또 사전청약으로 과연 ‘패닉 바잉’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봤다.
사전청약은 본 청약 1~2년 전에 미리 청약을 받는 일종의 ‘청약 예약 시스템’이라 볼 수 있는데,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과 함께 추진되며 과거 실패한 정책으로도 꼽힌다.
실제로 당시 토지보상도 끝나지 않은 땅을 사전예약으로 공급했던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 B1블록은 2012년 사전 청약을 받은 이후 7년 만인 지난해 말에서야 본청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태릉 부지 같은 경우는 국유지라 사실상 주민 반발에도 정부가 밀어붙여 진행할 수 있다”며 “다만 공급 계획에 있어 일부는 계획대로 진행되는 반면, 일부는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곳이 존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더욱이 사전청약을 한다고 해도 서울의 집값을 잡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본다”며 “해당 지역의 주변 사람들 일부나 젊은 사람들 위주로 청약을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서울 집값이 전반적으로 내려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의 패닉 바잉 현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라며 “정부의 공급 대책이 주민 반발 등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높다. 앞서 이전 정부에서도 철도 부지 위에 공공주택을 짓는다는 등 과도한 정책들을 밀어붙였지만 상당수 무산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어떤 통계를 보고 서울 도심의 공급이 충분하다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3기신도시 사전청약 등을 통해서 정부의 예상 기대치를 따라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