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으로 오해하는 것 같아 해명하려 한다. 먼저 사랑했는데 사랑할 수 없는 조건, 즉 미성년이었던 안타까움을 사랑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사랑을 끝까지 소중하게 간직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
오경훈 PD가 MBC 수목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제작발표회 때 피를 나눈 형제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설정에 '불륜', '막장' 우려를 낳을까 미리 언급한 말이다. 4회까지 방송된 지금, 서환(지수 분), 오예지(임수향 분), 서진(하석진 분)의 과거와 현재가 촘촘히 쌓이며 운명의 장난으로 엮일 세 사람의 판을 깔았다.
'내가예'의 영상미나 캐릭터의 성정 등은 '로망스', '불새' 등 2000년대 사랑받은 정통멜로드라마에 기반했다. 살인자의 딸이지만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오예지, 사랑하는 여자를 뒤에서 지켜주는 서환,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절연선언도 마다않는 서진의 모습이 한 템포 천천히 시청자들과 호흡했다.
극중 고등학생이라 사랑하는 마음을 내보일 수 없었던 서환은, 술 먹고 잠든 오예지를 말 없이 지켜준다거나, 연자(박지영 분)의 구박으로부터 오예지를 감싸주는 등 행동으로 마음을 드러낸다.
형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예지에게 마음을 고백할 뿐이다. 그리고 예지의 결혼과 함께 짝사랑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4회에서 형 서진이 카레이싱 경기를 위해 미국에 건너가 실종되면서 '내가예'는 첫 번째 전환점을 맞았다.
현재 서진이 실종된 후 무너져버린 가족들의 모습과, 서환이 미국에서 돌아와 형수 오예지를 보살피는 3년 후의 모습이 예고됐다. 서환은 여전히 오예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시동생과 형수의 사랑 이야기는 KBS2 '비단향꽃무'(2001), 영화 '중독'(2002)에서도 쓰인 바 있지만 국내에서 환영받는 설정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예'는 2020년 이 설정을 꺼내든 이유를 누구나 다른 사랑의 방식과 이뤄질 수 없었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서환이 그 동안 오예지를 아껴주면서 쌓아올린 탑이, 형이 부재중인 사이, 형수와 아슬아슬한 감정의 선타기에 설득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 관건이다. 학생과 교생으로 시작해 시동생과 형수 사이가 되버린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과연 '막장', '불륜' 이 아닌 '아름다운 로맨스'로 다가갈 수 있을지 '내가예'는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