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성장' 기조에도 파업·파국 택한 노조
고집만 앞세워 산업 근간 흔드는 암적 존재 전락 우려
한국 경제가 '극저성장'을 넘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대내외 충격은 올해 안에 해소될 지 장담하기 어렵다.
절박한 상황은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성장' 보다 '생존'이 시급해진 각 기업 노사들은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생산을 정상화하고 고용을 지키는 데 초점을 두며 '상생' 노선을 걷고 있다.
이 와중에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집단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르노삼성 노조다. 노조 집행부는 느닷없이 민주노총-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며 적극적으로 노사 대립을 촉발시켰다.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2년 전 선거 공약을 끌어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르노삼성의 사정이 가장 좋지 않은 시점에 무리하게 가입을 유도했다. 가결 요건 미달로 민노총 가입은 무산됐지만 절반 이상 인원이 찬성함으로써 불씨를 남겼다.
명분은 올해 임단협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것이나, 노조 집행부의 생각대로 되기는 어렵다. 생산능력 절반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르노삼성은 아직까지 수출 물량 배정을 받지 못해 불안감이 크다. 만일 민주노총-금속노조 지원 사격으로 노조가 강성화된다면 노사 갈등 우려로 그나마 배정을 희망하는 물량도 빼앗길 여지가 높다.
한국GM 노조 역시 상생협력 보다는 '파국'을 택했다. 최근 노조는 임단협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를 가결시켰다. 한국GM으로선 미국향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수출물량 호조로 실적 회복을 기대하는 상황이었으나 이번 악재로 경영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GM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의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입지는 그만큼 좁혀질 수 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작년 5월 말 회사 법인분할(물적분할)을 놓고 '폭력집회'를 벌인 이후 1년 4개월이 넘도록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당시 노조는 법인분할 반대 과정에서 주주총회장 봉쇄와 파손, 파업 등을 벌였고, 회사는 불법 행위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함께 조합원들을 해고, 감봉 등으로 징계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사측은 현안 해결을 이해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무조건 전원 복직과 소송 취하만을 고집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화사측의 사정은 등한시하고 자신들의 권리만 앞세워 압박하는 모습은 이제 일반화된 노조의 행태다. 더욱이 코로나 여파와 수요 감소로 일감이 바닥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금속노조가 고용 방패막이 돼줄 것이라는 르노삼성 노조의 주장은 '허상'에 가깝다.
대화를 배제하고 고집만 앞세운다면 대가는 결국 근로자에게로 돌아간다. 구조조정 암운이 드리운 상황에서 노동계가 이 같은 '상황읽기'에 실패한 채 대립구도로 몰아간다면 산업 근간을 흔드는 '암'적인 존재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 어느 때 보다 고용이 불안해진 시기에 가급적 다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보와 협업은 필수다. 그 결단을 노동계가 지금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