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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장재인의 성폭력 피해 고백이 갖는 의미


입력 2020.09.25 05:00 수정 2020.09.25 00:3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뉴에라프로젝트 ⓒ뉴에라프로젝트

“묻고 살지 대체 왜 소란이냐고?”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기 무섭게 돌아오는 말이다. 대부분이 성폭력을 당하고도 이를 묻고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일부의 시선 때문에 피해자들은 그 사실을 대부분 ‘숨겨야’한다는 인식 속에서 영원히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용기를 응원하는 목소리고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를 탓하는 사회적 인식은 남아 있었다.


가수 장재인 역시 최근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가 피해자인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에 일침을 던졌다. 그는 23일 “비난하는 이가 소수라지만 저는 그 소수에게 눈 맞추고 묻고 싶다”며 “왜 여전히 가한 사람이 아닌 그 길을 지나간 피해자의 잘못인지 묻고 싶다. 10년이 지나 사건을 꺼내고 고소를 준비한다면 ‘묻고 살지 대체 왜 소란이지?’라고 말할 거냐. 이 일은 정말 저에게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장재인은 “11년 전과 여전히 같은 반응이 있다는 것에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비슷한 상처가 있으신 분들이 되려 상처되실까 걱정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걸 사람들이 아는 것도, 알려지는 것도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범죄 자체도 문제지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더 큰 논란거리다. 비단 인터넷을 통한 악성 댓글뿐만 아니라 주변의 무신경한 말들까지도 모두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2차 가해는 피해자들을 숨게 하고, 사실을 밝히더라도 자신에게 또 다른 피해가 생길 것 같다는 인식을 초래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이 퍼지면서 피해자들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용기를 내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긍정적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간 성폭력 피해는 무조건 ‘숨겨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또 ‘n번방’ 등의 사건을 통해 부적절한 성착취 등이 이슈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그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평소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꺼려했던 연예인들도 자신의 SNS를 통해 가해자들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강화되어야겠지만, 중요한 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피해자들도 이를 숨기지 않고 싸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장재인의 성폭력 피해 고백은 의미가 깊다. 혹자는 장재인의 고백에 비뚤어진 시선과 말들을 쏟아내지만, 공인의 성격을 띠고 있는 연예인의 위치에서 자신의 10대 시절 당한 성폭행의 아픔을 털어놓은 것은 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쉽지 않았을 이 고백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기도 한다. 지인들과 대다수의 대중이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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