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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 ‘킹키부츠’ 전 걸 “앙상블에도 배역 이름이…책임감 더 크죠”

  • [데일리안] 입력 2020.09.26 08:41
  • 수정 2020.09.26 08:46
  •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뮤지컬 '킹키부츠' 11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공연

ⓒCJ ENMⓒCJ ENM

발 길이 닿는 대로, 좋아하는 것을 쫓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가끔은 지독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고, 그 현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정해놓은 방향으로 달려다간다는 건 그 안에서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의 크기 때문이다.


배우 전 걸이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는 것도 특별한 계기 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쫓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이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중학생은 밴드에서 보컬을 하며 가수를 꿈꾸는 고등학생이 됐고, 그 고등학생은 성악가를 꿈꾸는 성악전공 대학생이 됐다. 그리고 2016년 뮤지컬 ‘팬텀’에서 전공을 살린 성악가 듀퐁 역을 시작으로 현재는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 처음 무대에 올랐을 당시와 지금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무대에 섰던 날은 긴장해서 손발이 노랗게 변했고, 차가워졌던 기억이 나요. 오프닝 첫 장면에 등장하기 전까지 얼마나 긴장이 됐다고요.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무대가 저의 조그만 실수에도 삐걱거릴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몰라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무대 위에서 여유도 없고 눈이 가려진 경주마처럼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감히(웃음) 건방지지만 조금은 여유를 가지게 되었네요. 하하.


-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에서 떨어지곤 슬럼프를 겪기도 하던데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맞아요. 저도 한창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고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힘들 날들이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참…고개 빳빳이 들고 ‘내가 왜 안 되지?’했던 건방졌던 시기였던 거 같아요. 이후에 저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고, 스스로 인정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속 조급함도 사라지고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던 거 같아요. 옛말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얘기가 딱 제 얘기인 것 같네요.


- 현재 참여하고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릴게요.


한 줄로 소개하자면 ‘쇼를 즐기러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마음에 묵직한 힐링을 얻고 가는 작품’입니다.


ⓒCJ ENMⓒCJ ENM

- ‘킹키부츠’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도 저번 시즌에서 기분전환 겸 가벼운 마음으로 ‘킹키부츠’를 관극하러 갔었어요. 그때는 단순한 쇼 뮤지컬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공연 후에 집에 가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큰 감동과 힐링을 받았어요. 제가 그때 객석에서 느꼈던 힐링을 저 무대에 서서 그대로 관객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감사하게도 오디션에서 좋은 결과가 있어서 이렇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연습과정, 공연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있었나요?


배우들과 첫인사를 나눴을 때가 생각나요. 굉장히 어색했죠(웃음).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서로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한 시간으로 한 명씩 나와서 노래를 짧게 한 적이 있었는데, 대중가요·팝·뮤지컬 넘버에 트로트까지. 정말 엄청났어요. 데면데면했던 처음 본 동료와 확 가까워진 기분이었어요. 학창시절 친구들끼리도 노래방 가서 신나게 노래하고 나면 더 친해지잖아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 이번 작품에서 머트(Mutt) 역할을 맡고 계시죠.


네, 머트는 ‘돈 패거리’의 행동대장 쯤 되지 않을까 싶어요. 돈의 오른팔로 여기저기 나서고, 때로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돈보다 앞장서서 나서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하죠. 하지만 모든 공장직원들이 그렇듯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임에는 틀림없어요.


- 캐릭터가 실제 성격과도 비슷하다고요?


맞아요. 머트와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도 장난기가 많고,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것에 흥미를 느끼거든요. 때로는 다서서 어떤 집단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고 싶기도 하고요. 저는 늘 위트 있고 재밌는 사람으로 나이 먹고 싶다는 조그만 소망이 있답니다. 하하.


-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아직 많이 모자란 제가 감히 캐릭터 분석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에는 쑥스럽네요.(웃음) 다만, 어떻게 하면 ‘인간 전걸’이 아닌 ‘킹키부츠’ 속 머트라는 캐릭터로 무대에 존재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면서 무대에 서고 있답니다.


ⓒCJ ENMⓒCJ ENM

- 극중 높은 굽의 부츠를 신고 춤을 추는 씬이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네,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와…. 감탄사밖에 안나오네요. 하하. 우선 무대가 아닌 곳에서 힐을 신는 모든 분들께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의상 피팅 할 때 처음 힐을 신고 딱 일어섰는데, 저는 당연히 신발이 제게 맞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고 발이 너무 아팠거든요. 알고 보니 신발이 안 맞는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다시 한 번 존경합니다. 정말.


- 앙상블 배우로서, 앙상블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세요.


뮤지컬이라는 큰 기계가 돌아가려면 정말 많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야 합니다. 앙상블 배우도 그 톱니바퀴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보기엔 큰 톱니일수도, 누군가에겐 작은 톱니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분명한 건, 그 톱니 하나하나가 잘 맞물려 있기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기계가 돌아간다는 거죠.


- 앙상블은 원캐스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평소에 주 8회, 많게는 주 9회로 공연하고 있어요. 배우에게는 반복되는 공연이지만 매 공연 늘 새로운 관객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항상 좋은 컨디션, 같은 컨디션으로 무대에 서고 관객분들에게 좋은 공연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으려고 늘 밥을 잘 챙겨 먹고 있고요.(웃음) 요즘에는 영양제도 챙겨먹고 있답니다!


- 힘든 만큼 보람도 크겠죠?


‘킹키부츠’를 하면서 특별히 보람을 느끼는 장면이 있어요. 바로 마지막 ‘레이즈 유 업/저스트비’(Raise you up/Just be) 장면이에요. 어두웠던 관객석에 불이 들어오고, 무대에 선 배우들과 관객분들이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함께 절대반지를 흔들어주시며 춤까지 따라서 추시는 모습은 늘 감동이죠. 보람을 느끼는 걸 넘어서 엄청난 힐링을 받아요.


- 이번 작품에게는 앙상블 배우들에게도 모두 배역 이름이 주어졌는데요. 앙상블 배우로서 이름을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앙상블로 무대에 설 때는 늘 스스로 이름을 지어서 작품에 임했어요. 확실히 배역 이름이 주어지니 그 이름에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물론 머트라는 이름은 극중에 한 번도 누군가에 의해 불리지 않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이름이기에 늘 그 이름을 달고 그 배역으로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한답니다.(웃음)


- 앙상블 배우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보시나요?


예전에는 그런 편견과 더불어 환경도, 존중도 부족했던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오래 전 어떤 작품에서는 ‘주연배우 누구누구 외 몇 명’ 이렇게 소개되어 있는 것도 본 기억이 있거든요. 확실히 요즘에는 환경도, 인식도 바뀌어가고 앙상블 배우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져서 힘을 얻지요. 조급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지금까지 조금씩 바뀌어왔듯이, 출중한 배우분들이, 어쩌면 가끔은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두운 무대일지라도 그곳에서 오래오래 연기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무대를 지켜주시면 조금씩 바뀌어 갈 거라고 믿어요. 전 그렇게 믿어요.


- 앞으로 뮤지컬배우로서 꼭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무슨 작품, 무슨 역할 해보고 싶다, 하고 싶다’ 참 많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면서 감사하게 만나는 작품들, 역할들 열심히 하고 싶어요. 지나보니 정말 저에게 소중하지 않았던 작품, 역할들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앞으로도 그 마음 그대로 쭉 걸어가고 싶어요.


- 작품의 크기, 흥행과 무관하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도 있습니까?


아무래도 확실히 데뷔작품이었던 ‘팬텀’이 제일 생각나네요. 데뷔작품이기도 했고, 2018년도에도 다시 참여하게 되면서 짧은 제 배우생활에 처음으로 같은 작품에 두 번 서기도 했고요. 정말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많이 배운 작품이에요. 성악 밖에 모르던 저에게 과분하게도 ‘배우’라는 이름을 달아준 작품이지요.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많은 배우들이 설 무대를 잃고 있죠. ‘킹키부츠’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은 또 남다를 것 같습니다.


뮤지컬 본고장을 통틀어서 지금 현재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을 올리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만큼 더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배우들이 하루하루가 마지막 공연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공연하고 있어요. 더불어 침체된 공연계에 조그만 불이라도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공연계에 이 조그만 불빛으로라도 희망이 되고 싶어요. 좀 올드하지만 지오디(god)의 ‘촛불하나’라는 노래처럼.(웃음)


-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분이든, 뮤지컬을 처음 보러 오시는 분이든 공연을 보시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그 이름 특이한 사람 잘하더라, 재밌더라, 웃기더라’하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조그만 이야깃거리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소소한 꿈이랍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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