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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국감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나서는 '속내' 드러날까…도마 오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력 2020.10.02 07:00 수정 2020.10.02 00:58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리니언시 쥔 검찰‧공정위 기업 지배 강화

3법에 갈라선 국민의힘 최종 입장도 관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도 논의될 전망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8일 정무위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의 화두는 단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될 전망이다. 벤처캐피탈(CVC)의 금산분리 원칙 위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도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가 입법 추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여당이 몰아붙이는 '기업규제3법' 중 하나다. 사익편취규제대상 기업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 상향(현재 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 상장 30%, 비상장 50%) 등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국회에서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며 한목소리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내부의 목소리가 양분돼 공정위 감사에서 입장이 어떻게 정리가 될지 주목된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찬성한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른 국민의힘 중진들은 명백한 기업 규제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용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데일리안 창간 16주년 경제산업포럼에서 "(정부·여당이 지칭하는 공정경제3법을 겨냥해) 반기업3법 내지 기업규제3법이라고 불러야 맞다"며 "선한 권력이 사악한 시장을 대신해야 한다는 정부 논리는 국가주의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인 경제계는 초비상이다. 전속고발권은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한 제도다. 일반 시민, 주주 등의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기업들은 앞으로 소액주주나 일반 시민들의 소송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만나 "담합사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사전에 심도있는 경제적 분석이 필요한데, 검찰이 직접하기 보다는 전문성을 가진 공정위에서 먼저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무지분율 상향의 경우 새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편입할 시 필요한 소요 자금이 대폭 증가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사익편취규제대상 기업 범위 확대에 대해선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응한 합리적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저해할 것"이라며 "규제부담을 덜기 위한 대규모 지분매각에 따른 경영권 부담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수 재계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에 나선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적발하는 담합의 10건 중 9건은 리니언시(담합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처벌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를 통해서 이뤄진다. 리니언시를 이용하면 법인들이 담합을 자수할 때 자신들은 물론 담합을 함께 한 다른 기업의 영업정보를 함께 제공할 수밖에 없는데 기업수사를 위한 정보로서의 활용가치가 높다.


문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리니언시에 따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세부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리니언시 정보를 공정위와 검찰이 실시간 공유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법원이 아닌 공정위와 검찰이 과징금 면제와 형사처벌 면제 권한을 가진다. 또 검찰은 기업정보를 입수·관리할 수 있게 된다.


사법부 고유 권한인 형의 감경을 법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할 경우 3권 분립에 위배된다. 법리적 오류를 남기는 것을 넘어 '위헌 논란'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정무위원들로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CVC란 신규로 창업하는 기업이 성장기반을 마련하도록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모그룹의 자금과 인프라를 지원하는 계열사를 의미한다. 이는 투자회사의 성격을 지닌 금융 자회사에 해당한다.


최근 정부는 일반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일부 허용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둔화한 가운데 대기업집단이 가진 자본과 인력 등의 인프라를 활용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CVC는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금산분리는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가 기업집단 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창구가 되는 등 사금고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부실 계열사의 경영 악화 위험이 금융 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코로나19로 성수기를 맞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도 공정위 국감에서 의제로 다뤄질 내용 중 하나다. 온라인 유통업체 중 높은 거래 의존도에서 오는 우위를 악용해 납품・입점업체에게 불공정한 거래 조건을 부과하거나 부당하게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배달앱 사업자의 부당한 면책조항, 소비자에 대한 개별 통지 없는 서비스 변경・중단 조항, 공연・스포츠 관람 등 티켓 양도 중개 플랫폼 사업자의 배송 관련 분쟁시 사업자 면책조항,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 사업자의 매물정보 제공 관련 면책 조항 등의 문제가 있다.


약관법상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공정위의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크다. 공정위가 온라인 중개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약관 시정 사례와 플랫폼상의 거래 현실을 반영해 심사지침을 개정하거나 여러 유형의 플랫폼사업자에 적용될 수 있는 표준약관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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