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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는 작아지고 아베는 커졌다


입력 2020.10.20 04:00 수정 2020.10.19 22:5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여론조사서 스가 내각 지지율 하락세

'日학술회의 임명거부' 여파…아베 계승 성격

스가, 외치에서도 아베 내각 '연속성' 확인

아베, 야스쿠니 참배하며 존재감 부각

(오른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전 총리(자료사진). ⓒAP/뉴시스 (오른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전 총리(자료사진). ⓒ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한 달 만에 지지율 급락에 직면했다.


스가 총리가 '아베 계승' 의지를 '행동'으로 증명하는 과정에서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마찰을 빚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아사히신문은 스가 내각 지지율이 53%라고 보도했다. 이는 신문이 내각 출범 직후 진행한 조사(65%)에 비해 12%p 떨어진 수치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45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스가 내각의 지지율 하락세는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의 일관된 흐름이다. 요미우리신문·교도통신·NHK 등 일본 주요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최대 74%에 달했던 스가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새 5~7%p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민심 이반의 주요 요인으론 스가 총리의 '일본학술회의 임명거부 논란'이 거론된다. 앞서 스가 총리는 일본학술회의 회원 후보 6명에 대한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해당 후보들이 전임 아베 정권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학자라는 점에서 아베 계승을 내세워 총리직에 오른 그가 '학계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학술회의는 총리실 산하 조직이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돼왔다. 일본 총리가 관례상 해당 단체 측이 추천한 회원 후보 105명을 그대로 임명해온 만큼, 스가 총리의 임명거부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아베 참배 만류했던 스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바쳐


스가 총리는 내치뿐만 아니라 외치에서도 '아베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교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스가 총리가 아베 내각의 외교 정책을 그대로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현실화한 모양새다.


스가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의 가을 큰 제사인 추계예대제 첫날(17일) '내각 총리대신' 명의로 공물을 바쳤다. 그는 관방장관직을 수행한 7년 8개월간 단 한 차례도 참배하지 않았으며, 공물조차 보낸 일이 없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재임 시절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현장 참배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번 공물 봉납은 개인의 정치적 신념보다 아베 계승 의지가 우위에 있음을 드러낸다는 평가다.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택한 것 역시 아베 내각과 스가 내각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지난 1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해외 순방일정을 소화 중에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2년 12월 2차 집권 직후 첫 번째 해외일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찾은 바 있다. 그는 두 나라가 위치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미국 정부에 설득해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화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일 베트남을 찾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현지에서 환영받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19일 베트남을 찾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현지에서 환영받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아베, 한 달간 참배 두 번
日 정부는 두둔하고 나서


퇴임 당시 스가 내각의 '상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아베 전 총리는 한 달 새 두 차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서며 국내외에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그는 참배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령에게 존숭(尊崇·높이 받들어 숭배한다는 뜻)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참배했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퇴임 사흘 만인 지난달 19일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참배한 바 있다. 일각에선 아베 전 총리가 참배를 통해 우익 지도자 지위를 다지는 동시에 스가 내각에 보수적 외교 노선을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외교 분야에 있어 스가 내각에 기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스가 총리의 공물 봉납과 아베 전 총리의 참배가 '개인' 차원의 일이라며 두둔하고 나섰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의 공물 봉납에 대해 "총리로서 적절히 판단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사인(私人)으로서의 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다. 개인 신교(信敎·종교)의 자유에 관한 문제여서 정부가 막고 나설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토 관방장관은 아베 전 총리의 참배와 관련해선 "개인 신교의 자유에 관한 문제를 정부가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사인인 아베 전 총리 개인 (차원의) 참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전쟁 패전 75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5일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서 한 남성이 욱일기를 몸에 두르고 참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태평양전쟁 패전 75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5일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서 한 남성이 욱일기를 몸에 두르고 참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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