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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작은 존재들이 던지는 통쾌한 다이너마이트


입력 2020.10.20 00:00 수정 2020.10.26 08:3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롯데 엔터테인먼트 ⓒ롯데 엔터테인먼트

부유물처럼 떠다니던 작은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통쾌한 역전극의 등장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90년대에 여성, 고졸이란 약자의 편견 속에서 남이 아닌, 자신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위기를 뚫고 전진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폐놀 유출을 목격한 자영(고아성)과 각자 위치에서 동료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이 두 손 걷고 나선다. 대기업을 상대로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커피, 청소가 아닌 일 다운 일을 하고 싶다"는 자영의 외침이 원동력이 된다.


다만 셋의 연대는 아니다. 회사에 있던 여사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며 더 큰 감동을 만들어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1년 구미 낙동강 폐수 유출 사건과 90년대 세계화를 외치며 회사에서 고졸 사원을 대상으로 토익반을 개설했던 배경을 영화 속으로 가져왔다. 빠른 경제적 성장을 바라보며 그 이면에 살피지 못했던 부작용들을 꺼내보인다. 약 30년 전의 사회적 문제를 짚지만 2020년의 뉴스 헤드라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대기업의 갑질,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과도 맞닿아 있어 공감하며 관람할 수 있다.


이종필 감독은 장면마다의 템포와 상황과 캐릭터의 심리를 상징하는 소품과 이미지를 잘 활용했다. 자영이 비리를 파헤치러 가는 장면들에는 경쾌한 음악과 발걸음을 포인트로 카메라에 담는가 하면 보람과 봉원철 부장의 숨겨진 사연에는 어두운 색감을 사용해 뒷모습을 잡아 여운을 짙게 만든다. 이외에도 페놀이 쏟아져 나오는 까맣고 큰 구멍, 페놀 유출 피해자에게 받아먹는 자영의 사과가 각각 상황의 긴장감과 흔들리는 심리를 대변한다.


'괴물', '우아한 거짓말', '항거:유관순 이야기' 등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연기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아성은, 이번에도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해 끌어나간다. 눈에 띄는 건 보람 역의 박혜수다. 박혜수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어수룩한 수학천재 보람 그 자체로 보여진다. 자영과 유나 사이에서 소심해보이지만 자신있는 수학만 나오면 앞뒤 가리지 않고 공식을 외쳐댄다.


자영이 "일 다운 일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가진 캐릭터라면, 보람은 목표가 없어 방황하는 청춘에게 "좋아하는 일이 없어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건넨다. 상사의 칭찬을 받을 때마다 대졸 대리에게 꽃뱀 취급 받는 유나는 자신을 살피지 못하고 남을 깎아내리기 바쁜 주변인들을 향해 "나 좀 그만 보고 너 좀 봐"라고 일침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향수에 젖게 만드는 영화의 배경, 그리고 메시지까지 잡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소리도 없이'로 늘어가고 있는 관객수에 탄력제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21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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