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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배정제 일몰에 '국내 하이일드펀드' 위축 조짐


입력 2020.10.21 05:00 수정 2020.10.20 17:3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최근 1개월 간 186억원 순유출…'공모주 우선배정' 종료 영향

저신용기업 회사채 발행도 타격…"공모주 혜택 일몰 신중해야"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올해 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국내 하이일드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픽사베이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올해 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국내 하이일드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픽사베이

국내 하이일드펀드 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말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사라지면서 투자매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이일드펀드 시장이 외면 받으면 국내 비우량 회사채 발행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저신용 기업이 자금경색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공모주 배정제 연장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최근 1개월 간 15개 국내 하이일드펀드에서 168억원이 순유출됐다. 상품별로 'KTB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 종류A'에서만 72억원이, '흥국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A'에서는 27억원 규모의 돈이 흘러나갔다. 하이일드펀드는 BBB+ 이하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발행하는 비우량 회사채를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하이일드펀드는 저신용 기업의 채권으로 구성된 만큼 리스크가 커 투자자에게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하이일드펀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4년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혜택을 부여했다. 하이일드펀드에서 비우량채권과 코넥스 상장주식의 합산 보유비율이 45% 이상이고, 이를 포함한 국내 채권 보유비율이 60% 이상이면 공모주 물량을 10% 우선 배정받는 식이다.


이에 올해 불어 닥친 공모주 광풍의 영향으로 하이일드펀드도 큰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 6개월 간 국내 15개 하이일드펀드에는 338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올해 하반기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등이 인기를 끌자, 일부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담은 하이일드펀드에 투자해 공모주 광풍에 우회적으로 편승하는 전략을 사용하면서 펀드 투자금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공모주 배정이라는 혜택이 올해 말 일몰될 예정인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뜸해졌다. 실제로 최근 3개월 간 하이일드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941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지속 줄어들다가 결국 자금이 순유출 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반면, 해외 하이일드펀드는 계속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채권수익률도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채권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하이일드 펀드로 눈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3개월 간 94개의 해외 하이일드펀드에는 총 48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평균 수익률도 2.4%로 일반 예·적금 금리보다 높다. 기간을 최근 1개월로 줄이면 유입된 투자금액은 241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상황 개선 가능성과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수요의 증가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과 펀드에 대한 선호는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같은 현상은 하이일드 채권과 높은 투자등급 채권과의 수익률 차이를 더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모주 배정제 일몰과 함께 국내 하이일드펀드가 위축되면 비우량 회사채 시장도 함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주로 채권을 발행에 자금을 조달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만큼 이들이 발행하는 채권은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 즉, 하이일드펀드가 위축되면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를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하이일드펀드로 향하는 투자금액이 하락하자 저신용등급 기업들은 채권 발행을 멈췄다. 펀드를 만드는 자산운용사들도 저신용등급 채권의 큰 불확실성을 이유로 하이일드펀드 구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결국 하이일드펀드가 외면 받으면서 저신용등급 기업들만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하이일드펀드에는 미국 IT, 에너지 등 익히 들어본 회사들의 채권이 담겨있어 최근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는 측면이 있는데 국내 하이일드펀드에는 사실상 공모주 혜택이 없으면 투자 수요가 없는 편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하이일드펀드 시장이 사장된다는 건 저신용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모주 혜택 일몰에 대해 당국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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