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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맹탕국감' 전략실패? 윤석열만 부각됐다


입력 2020.10.25 07:00 수정 2020.10.25 01:12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전략적 '물국감' 속 윤석열에 국민관심 집중

웅크렸던 거인 기상하듯 국감서 막힘없는 발언

민주당 당황, 분위기 재반전에 안간 힘

진중권 "링에서 깨지고 밖에서 궁시렁"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막바지에 다다른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맹탕'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기관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나 민생에 대한 속시원한 해법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국민여론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국감스타'도 올해는 특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 의원들 공히 "특별하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는 의견에 반론을 내놓지 않는다.


사실 이는 민주당이 유도했던 측면이 있다. "민생국감·정책국감을 하겠다"던 민주당은 철저히 정치현안이나 정무적 사안이 도마에 오르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국감 직전 불거진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윤미향 사태' '박원순 성추행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 일반증인 채택을 막았고, 최근 뜨거운 라임·옵티머스 사태 역시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은 철저히 배격했다. "수사 중인 사안" 혹은 "정쟁이 될 수 있다"는 명분이었다. 18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거대여당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세우기 위한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됐다. '검사로비와 야당정치인 연루' 폭로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나오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곧바로 수사권지휘를 행사해 윤 총장을 라임 수사에서 배제했다. 대검찰청 국감을 겨냥한 듯 국감 전날 추 장관은 "윤 총장을 먼저 저격하라"는 메시지를 내놨고, 공교롭게도 같은 날 김 전 회장의 2차 편지 폭로가 이어졌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감을 통해 윤 총장과 검찰을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해 공수처 출범의 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반전은 국감 당일인 22일 오전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의 사의표명으로 시작됐다. 라임 수사를 총지휘했던 박 전 지검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의 부당함을 낱낱이 밝혔다. 박 전 지검장이 이전까지 '추미애 라인'으로 평가받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양심고백으로 받아들여졌다.


국감장에서 윤 총장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그 결과 '검사비위와 야당정치인 연루 의혹을 은폐했다'는 수사지휘권 행사의 근거가 깨졌고, 당황한 여당위원들의 호통과 억지가 이어졌다. 박 전 지검장의 '양심고백'이 윤 총장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음은 물론이다. 공략이 어렵다고 판단한 여당위원들은 전략을 수정해 2018년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고소건 무혐의 처분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졌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무리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윤 총장 입장에서 여권의 여러 스피커가 서로 주고 받는 방식으로 맹공을 할 게 뻔하니 국감까지 많이 참아온 것 같다"며 "한 번에 몰아서 답변하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호소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전략이 옳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윤 총장 발언을 문제 삼아 "검찰개혁이 더 절실해졌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검 국감을 공수처 출범의 명분으로 삼으려던 민주당의 예정된 프로세스였다. 하지만 윤 총장 공략에 실패하며 그 주장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감에서 윤 총장에게 망신만 당한 사람들이 링 밖에서 분하다고 단체로 궁시렁대는 모양"이라며 "링에서 이겨도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가 되고, 링에서 깨져도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가 되고, 두뇌의 논리회로가 참 재미있다"고 비꼬았다.


그간 위축됐던 검찰 분위기는 크게 달라져 윤 총장을 공개적으로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과 정부여당의 '부패집단' 몰이로 쌓인 그간의 울분이 폭발한 게 아니겠느냐"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을 지키려는 검사들에게 모멸감을 주지 말라' '시간이 흐르면 결국 올바른 역사적 평가가 있을 것' '병든 가슴을 뛰게 해준 윤 총장을 응원한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대한민국 국가기관 중에 검찰 만큼 조직논리가 강한 조직이 있나. 이번에도 조직논리가 발현된 것"이라면서도 "추 장관이 너무 섣불리 쎄게만 몰아치다보니 그만큼 강한 역풍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윤 총장 국감에 집중될 것을 예상했다면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며 "(국민들 보기에) 우리당이 당황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겠다"고 우려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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