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뉴 삼성 본격화…제 2의 도약 위한 변화·혁신 속도
대규모 투자로 기술 개발 전력...이재용 새 리더십 시험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의 시대가 열렸다. 이 부회장은 6년전부터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그동안 추진해 온 변화와 혁신이 새로운 삼성, 뉴 삼성과 맞물려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이 부회장에 앞에 놓여진 기회와 위기, 과제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이 회장의 와병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수행해 왔고 2년전 2018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이재용)으로 공식적으로도 삼성 총수에 올랐지만 부친의 별세로 ‘이재용의 뉴삼성’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과 이 부회장으로서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삼성을 둘러싼 외부 경영 환경도 만만치 않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일본 수출 규제 등 보호무역주의 파고는 점점 거세지고 있는 등 삼성과 이 부회장에 앞에 놓여진 길은 평탄치 않을 전망이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과거 이병철 창업주의 TV에 이은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휴대폰 사업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사업 육성 노력에 힘입어 반도체·스마트폰·가전은 삼성전자 실적 버팀목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대규모 투자로 사업 경쟁력 제고…변화·혁신 가속도
이 부회장도 기존 주력 사업들의 고도화와 함께 인공지능(AI)·5세대이동통신(5G)·전장용반도체·바이오 등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신사업 개척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뉴 삼성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기존 주력 사업으로만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만큼 기존 사업들을 바탕으로 안주만 하면 빠르게 변하는 산업과 시장의 속도를 따라 잡을 없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노력 없이는 당장 4~5년 뒤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드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지난 1월 말 조직개편을 통해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AI 부문을 총괄하던 조직의 명칭을 ‘차세대플랫폼센터’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AI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 관련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기존 조직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변화와 혁신의 의지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의 의지는 대규모 투자 계획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미 지난 2018년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뿐만아니라 AI와 바이오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해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반도체 2030’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다투고 있지만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경쟁력을 시스템반도체로 넓혀 상향 평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사업들로의 도전과 함께 기존 사업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 경쟁력을 제고해야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야 뉴 삼성으로의 변화와 혁신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 기초과학 장기투자 지속…선대 이어 국가 기술발전 기여
이 부회장의 투자에 대한 시선은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기술에도 향해 있다. 당장의 사업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연구 분야 육성·지원을 목표로 연구 지원 공익사업인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한다는 목표로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기초과학·소재·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지원할 과제를 선정하고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지정테마 과제 공모'를 통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미래기술 분야를 지정해 해당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신진 연구자들의 혁신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초과학 등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평소 국내 산업 생태계의 기반을 강화하고 미래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해 온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또 삼성의 공익법인 호암재단은 국내 기초과학 분야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내년부터 호암 과학상을 물리·수학 부문과 화학·생명과학 부문으로 확대, 개편해 과학기술 분야 지원을 늘린다.
호암상은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려 학술·예술과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990년 제정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호암상은 ▲과학상 ▲공학상 ▲의학상 ▲예술상 ▲사회봉사상으로 시상해 왔는데 과학상을 물리·수학부문과 화학·생명과학부문 등 2개 부문으로 나누는 것으로 과학 기술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이와함께 삼성종합기술원은 전 세계 AI 분야 석학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올해의 삼성 AI 연구자상’을 제정했다. 2일 열리는 '제4회 삼성 AI 포럼'에서 첫 번째 수상자가 공개되고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날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AI분야에 초점을 맞췄고 호암상과 달리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전도 유망한 과학기술 분야 인재들을 지원하고 연구 문화를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술 혁신으로 위기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재계에서는 이제 이 부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속에서도 변화와 혁신으로 뉴 삼성으로의 길을 개척해 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환경이 척박해진 상황에서 기존 주력 사업들의 경쟁력과 지위를 공공히하면서도 신사업들의 성장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가 관건”이라면서 “뉴 삼성으로의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하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