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낙승 예상했지만 결과는 초접전
플로리다 등 여론조사와 달리 트럼프 승리
지난번 이어 또 대선 여론조사 신뢰성 도마
'샤이 팩터' '승자독식제' 등 원인으로 추정
미국 대선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도마에 올랐다. 미국 유수의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낙승을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접전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가 막판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역전에 성공, 승리에 가까워지면서 "완전히 틀렸다"는 비판은 면했지만 정확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AP, AFP통신 등 언론은 선거 직전인 2일(현지시각)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여론조사 종합 결과를 인용해 바이든 후보의 확고한 우위를 점친 바 있다.
RCP는 경합주로 분류된 플로리다(1.4%p), 펜실베이니아(4.3%p)에서 바이든 후보가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미시간(5.1%p)과 위스콘신(6.6%p)에서의 격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 등 일부 언론사들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80% 이상'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개표결과는 예상과 사뭇 달랐다. DDHQ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전망됐던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후보가 51.21%를 득표해 승리했다. 또 바이든 경합우세가 점쳐졌던 노스캐롤라이나 역시 트럼프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개표율 80%가 넘은 시점에 바이든 후보가 대역전을 할 정도로 여론조사 예측과 달리 초접전이었다.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펜실베이니아는 트럼프 후보가 3.05%p 앞서있는 상태다.
전국 유권자 지지율도 차이가 있었다. RCP는 바이든 후보 50.7%, 트럼프 후보 43.9%였고,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52% 대 44%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그러나 실제 개표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50%, 트럼프 후보가 48%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이를 두고 폭스뉴스는 "한 군데를 제외한 모든 여론조사가 틀렸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국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선거가 완전히 끝나야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면서도 공통적으로 △샤이 트럼프 유권자층 파악 실패와 △미국 특유의 선거인단 제도를 조심스럽게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은 주별로 승자를 결정하고 승자에게 선거인단 표를 몰아주는 승자독식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접전 양상일 경우 약간의 오차로도 결과에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난번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주별로 조금씩 트럼프 지지율을 과소 추정한 곳이 있었는데 그 평균이 약 1.6~1.7%p 정도다. 양자구도로 치면 3.2~3.4% 차이"라며 "미국 대선은 승자독식 방식이기 때문에 과소 추정한 몇 주에서 뒤집히면 전체가 바뀔 수 있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번 대선이 끝나고 결과를 분석해봐야겠지만 틀린 곳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미국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번 대선에서 질문을 다양하게 하고 가중치 부여 등 시뮬레이션을 상당히 많이 했는데, 만약 틀린 것으로 나온다면 샤이 팩터(샤이 트럼프)를 잡지 못한 것"이라며 "미국은 선거인단 승자독식 구조여서 (약간의 차이로도) 경합주에서 승패가 예상과 달라졌을 때 변동폭이 상당하다"고 했다.
여론조사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여론조사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이라는 것은 투표참여와 유권자의 결단이라는 요소가 빠진 말그대로 선호도"라며 "%로 표기되기 때문에 마치 선거결과 예상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지만, 지지율은 선거예측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