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최선"
"정부가 심각한 재난임을 인식해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 처음 확인된 지난 2월, 2020년 한 해가 통째로 코로나19에 잠식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으로 영화관, 공연장, 스포츠 경기장 등을 찾지 못했고, 문화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 3241만명, 전체 극장 매출액 2738억원으로 2005년 이후 최저 관객 수, 매출액 기록했다. 전체 관객수는 전년 대비 70.3%(7690만명 ↓) 감소, 매출액 70.6%(6569억원 ↓)감소했다. 극장에 수용할 수 있는 관객이 제한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영화관 자체를 가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신작, 상업영화를 상영해 많은 관람객을 보유한 멀티플렉스에 비해 규모가 작은 독립예술영화관들은 더 심한 타격을 맞았다.
국내에는 멀티플렉스가 운영하는 곳을 제외하고 서울의 씨네큐브, 아트나인, 서울아트시네마, 인스페이스, KU시네마테크, 아트하우스 모모, 스폰지 하우스, 미로스페이스, 필름포럼, 인디플러스, 아리랑시네센터, 에무시네마, 더숲 아트시네마, 자체휴강시네마 등과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건립한 작은영화관사회협동조합의 지방 33개의 독립예술영화관이 운영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관은 신작보다는 명작, 유행이나 대세에 따르기 보다 대중에게 덜 알려진 예술, 독립영화를 개봉하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은 더 힘들어졌다.
이에 예술독립영화관은 기획전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였다. 서울아트시네마는 Save Our Cinema-우리 영화의 얼굴' 베라 히탈로바 회고전을 현재 11월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한 달에 두 개 이상의 기획전을 진행해왔다.
서울아트시네마 김본연 프로그래머는 “코로나19라고 해도 우리의 역할이 크게 바뀌는 건 아니다. 지속적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조금 신경 쓰려고 했던 점은 개봉작 위주로 선정했다. 사실 서울아트시네마는 개봉작보다, 개봉조차 안한 영화들을 소개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관객이 많이 줄어 이같은 변화를 줬다. 한국영화, 독립영화들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대구의 동성아트홀 역시 기획전으로 관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관객들로부터 상영요청이 들어온 영화는 물론, 거장들의 영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해외 영화 등을 위주로 선정해 상영과 기획전을 관객들의 눈길에 최대한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윤성근 프로그래머는 “처음에 대구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아 시민들이 많이 움츠러들었다. 우리도 극장을 운영하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마음을 졸여왔다. 11월 7일부터 사회적거리두기 1단계로 좌석간 띄어앉기가 해제되지만, 연말까지 동성아트홀은 거리두기를 유지할 계획이다. 그 때까지 기획전 중심으로 동성아트홀을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독립예술영화관도 있었다. 청주시네마테크 오디세이 김선구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관객이 찾아도, 찾지 않아도 걱정이었던 9개월이었다고 돌아봤다. 또한 방역지침 모호함에 따른 혼돈이 코로나19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김선구 대표는 “행사를 진행해도 의도보다는 방역이나 코로나19 이슈가 더 우선시 돼 진행하다보니 위축이 많이 되고 불안했다.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는 사전접수를 받아 진행하기도 하고 야외에서 자동차 극장으로 전환해보기도 했다. 대도시 같은 경우는 문화를 즐길 것들이 많지만 지방은 제한돼 있다. 그렇다보니 자동차 극장에서 상영하는 행사는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왔다.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그만큼 문화행사가 다 죽어버렸다는 뜻이다. 영화와 문화를 결합한 행사의 모델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술단체에 맡길게 아니라 정부가 심각한 재난임을 인식하고 앞장서 지원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델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천안 인디플러스 한삼희 대표는 기획전보다는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지원금으로 극장을 끌어왔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수익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다. 다행히 영진위의 예술영화지원금 대상이라 도움을 받았다. 올해 기획전은 진행하지 않았고 12월이 정도에 다시 재개할 예정이다.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이벤트를 해도 관객들이 잘 오지 않는다. SNS를 통한 홍보 정도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