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에 자금 투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하는 방안 검토
'초대형 합병' 기대감에 관련주 폭등…"여러옵션 중 하나"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내 1, 2위 항공사를 통합해 '초대형 국적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아직 설익은 추진 단계에서 시장의 막연한 기대감만 키운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14일 정부와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은 "여러가지 옵션 가운데 하나"라며 시장과 여론의 반응 등을 살피고 있다.
시장에선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해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산은이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2000%가 넘는 아시아나의 부채비율 문제와 독과점 논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주주연합의 경영권 분쟁 해결 등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산은이 난관을 넘어서면 단숨에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를 탄생시킬 수 있지만, 당장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산은의 개입에 반발하고 나서는 등 인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한진칼 지분 확보를 통해 국내 1,2위 항공사를 거느리는 '사실상 국유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아래 각사 체제로 운영하는 방식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항공계 빅딜'은 이동걸 작품…아시아나 주가 8% 껑충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항공업 빅딜의 검토 작업은 이동걸 산은 회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직후부터 한진그룹과 접촉을 시작하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빅딜이 시도되는 것 자체가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이회장의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산은 주도의 인수 추진에 힘을 실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도움이 된다면 정부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도 부위원장은 "산업은행에서 자금 투입의 최소화, 경영이 어려운 기업의 정상화 지원을 통한 고용 안정, 산업 경쟁력을 강화 등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산업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형국인 만큼, 아시아나항공을 국유화한 뒤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쳐 재매각을 시도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는 상황이다.
증권시장에선 '초대형 항공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에 관련 종목 주가가 급등했다.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진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전날에 비해 7.79% 뛴 4290원에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7.79% 올랐고, 금호산업 우선주는 상승제한폭(29.89%)까지 오른 4만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반면 인수 주체인 한진칼과 자회사 대한항공은 각각 8.25%, 2.64%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