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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가 지른 불, 꺼버린 김민규...예정된 필승 카드


입력 2020.11.18 23:23 수정 2020.11.18 23:4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한국시리즈 2차전, 5-4 쫓긴 9회말 위기에서 호투

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 이어 한국시리즈 2차전 세이브

두산 김민규. ⓒ 뉴시스

이영하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승리를 날릴 뻔했다.


두산은 18일 고척스카이돔서 펼쳐진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NC다이노스를 5-4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1승1패 균형을 이뤘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패한 뒤에도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따라서 2차전 승리는 두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희망만 커진 것은 아니다. 걱정도 커졌다. 9회초 올라온 마무리 투수 이영하가 4점차 리드도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5-1 크게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영하는 양의지에게 고척돔 천장을 때리는 2루타를 허용했다. 후속타자 박석민을 내야 땅볼 처리할 때만 해도 9회말이 길어질 줄은 몰랐다. 1사 2루에서 노진혁에게 던진 초구는 중전 안타가 됐다. 1사 1,3루에서는 권희동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이영하의 긴장을 풀어주려 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1사 만루에서 전날 3점 홈런을 터뜨린 알테어를 상대했다. 홈런 한 방이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홈런은 피했지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은 이영하는 강진성에게는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5-1 리드가 5-4로 좁혀지자 지켜보던 김태형 감독도 더 이상 이영하를 믿을 수 없었다. 0.1이닝 4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고개를 숙인 이영하는 1사 1,2루 위기를 남기고 강판됐다.


필승조 박치국-이승진을 쓴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1999년생으로 한국시리즈 등판 경험이 없는 김민규(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였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1군 자원이 아닌 투수다.


역전 위기 압박 속에 마운드에 오른 김민규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포수 박세혁 미트만 향했다. 의도한 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지만 김민규는 포크볼을 던져 박민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포수 박세혁은 김민규에게 엄지를 치켜들며 격려했다. 큰 산 하나를 넘고 자신감이 붙은 김민규는 2사 1,2루에서 이명기에게 과감한 직구 승부로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불을 껐다.


경기 후 이영하가 김민규를 격려했다. ⓒ 뉴시스

다 잡은 경기를 9회 놓칠 뻔했던 두산은 김민규 호투에 환호했다. 이영하도 승리를 지키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김민규를 격려했다. 김민규는 한국시리즈 통산 첫 등판에서 세이브를 수확했다.


김민규는 KT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유희관이 0.1이닝 만에 강판된 후에도 마운드에 올라 호투했다. 4.2이닝 동안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두산에 승리의 기회를 제공했다. 첫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투수가 된 김민규는 PO 4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된 바 있다.


‘승부사’ 김태형 감독이 포스트시즌 전부터 왜 김민규를 불펜의 핵으로 지목했는지 알 수 있는 가을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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